헤이글 "중국 방공구역 주변국과 갈등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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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을 방문 중인 척 헤이글(사진) 미국 국방장관이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를 비판했다. 그는 또 중국과 일본이 갈등을 겪으면 일본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국 군사 신뢰 구축을 위한 헤이글 장관의 중국 방문이 오히려 갈등을 키운 모양새다.

 헤이글 장관은 8일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외빈 접견실인 ‘바이다러우(八一大樓)’에서 창완취안(常萬全) 국방부장과 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각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권리는 인정하지만 주변국과 논의 없이 설정하는 것은 오해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영유권 문제에 대해 특정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으나 이견을 평화적으로 해소하길 바란다”면서 “필리핀과 일본은 미국의 오랜 동맹이며 (중국과 분쟁이 생기면) 양국과 맺고 있는 조약을 준수하는 데 전념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지난해 11월 동중국해 상공에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 대한 불만과 함께 중국과의 영토 분쟁 시 일본과 필리핀을 돕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헤이글 장관은 이날 인민해방군 국방대학 강연에서는 “미국과 중국은 경쟁자이며 적이 아니다. 앞으로 군사적 신뢰를 구축해 다양한 국제문제에서 협력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창 부장은 “우리가 먼저 문제를 일으키는 행동을 하지는 않겠지만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에 대한 중국의 주권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영토 문제에 대해 중국은 타협하거나 양보하지 않고 거래도 않으며 조금이라도 (외국의) 침범을 허용하지 않겠다. 위협에 직면하면 군은 준비할 것이고 싸우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는 특히 일본과 관련, “갈등을 야기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영토 수호를 위해 필요하다면 군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 아베 정권이 주도한 일련의 잘못된 여론은 중·일관계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필리핀에 대해서도 그는 “자기들이 피해자인 것처럼 분장하고 있는데 주판을 잘못 굴린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관련 당사국들과 영유권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은 창 부장의 발언은 자세히 전했지만 헤이글 장관의 발언은 보도하지 않았다. 헤이글 장관은 6일 일본에서도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이라고 비판하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회담에서 두 사람은 ▶중대한 군사훈련은 사전 통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군사·안전 문제와 관련한 행위 준칙을 만들기로 하는 등 7가지 공통 인식을 이뤘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공통 인식은 확인했지만 상호 군사 신뢰를 제도화할 정도의 합의는 이루지 못했다는 의미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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