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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월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요즘 한 국제회의에서 한국 대표와 공산 월남 대표가 자리를 함께 했다. 「마닐라」발 30일자 한 외신 전송 사진은 두 대표가 나란히 붙어 앉아 있는 광경을 보여준다. 정치적인 색채나 감정은 어찌 되었든 공식으로 해후하긴 10개월만에 처음인 것 같다.
13개국 대표들이 참가한 이 WHO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 지역 위원회는 바로 「베트남」 원조에 관한 문제를 토의했다.
이 회의에 한국이 참가한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물론 우리는 회원국으로 참가할 자격을 당연히 갖고 있다. 다만 그 의제에 비추어 한국과 월맹, 혹은 공산 월남의 반응은 호기심을 자아낸다.
월맹 대표는 이 자리에서 문제의 질문을 받았다. 한국이 원조를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이었다.
월맹 대표는 개별 원조보다는 WHO를 통한 공동 원조이면 좋다고 답변했다.
한편 공산 월남 대표는 「베트남」에 들어오는 외국 의료단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반 원칙」에 따른 기교 있는 반응을 보여준 것 같다. 그러나 따른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여운도 없지 않다.
최근 편편이 흘러나온 공산 월남의 사정은 한결 어둡기만 했다. 30년 전화의 상처가 쉽게 아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동안 소련은 5억「달러」·중공은 2억「달러」의 경제 원조를 제공했었다. 그러나 이것은 코끼리의 「비스킷」 정도일 것이다.
경제 재건은 고사하고 주민들의 의료 문제는 여간 심각하지 않은 것 같다. 성병 환자만 해도 3백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근착 「타임」지는 마약 중독자들의 치료를 위해 침을 놓고있다는 보도를 한 바도 있었다.
한국은 공산화 이전에 이미 한월 의료원을 「사이공」에 개설했었다. 6층 건물에 5백개의 병상을 가진 거대 규모다. 필경은 이 병원도 재 구실을 다하지 못하고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월맹이나 공산 월남은 대외적으로 의식적인 미소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도 같다. 최근엔 월맹측에서 먼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뜻을 은근히 비친 일도 있다. 비공식적인 것이었지만 미국측의 냉담한 표정과는 대조적이다. 또 미국의 한 상원 의원은 직접 월남을 방문하기도 했었다. 개인적 방문이었지만 그를 받아들인 것은 공산 월남측이다.
공산주의자들의 미소엔 흔히 가시가 숨어 있지만 국제 무대에선 그런 미소를 외교의 새로운 양상으로 받아들일 때도 있다.
우리와 공산 월남과는 미묘한 감정을 지워버릴 수 없다. 그것은 숨김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는 우리대로 무슨 「카드」를 갖고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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