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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인권문제를 체제 변화 시도로 간주 중국 움직이려면 언어 사용 신중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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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호 10면

29일 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난 1년 동안 진행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의 결론과 후속 조치를 담은 결의안을 채택했다.

아산정책연 ‘북한 인권 결의안’ 전문가 대담

 결의안은 북한이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을 인정하고 모든 인권침해를 즉각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가해자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 사법기구에 회부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유엔 COI는 지난 2월 북한인권보고서를 발표했다. 합법적인 국제기구에 의해 확인된 최초의 객관적인 보고서다.

 이와 관련, 아산정책연구원이 주최한 북한 인권 관련, 전문가 회의가 지난 22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렸다.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회의엔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게리 새모어 하버드대 벨퍼연구소 이사장, 아비오던 윌리엄스 헤이그 국제정의연구원 원장, 신창훈 아산정책연구원 글로벌거버넌스센터장 등이 참여했다.

 ▶함재봉=이번 보고서 발간과 때맞춰 COI 마이클 커비 위원장이 헤이그연구소를 방문하여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윌리엄스=20일에 커비 위원장과 세르비아의 비세르코 조사관이 헤이그를 방문하여 보고서 공식 발간 행사를 개최했다. 각국 외교관, 네덜란드 정부 인사, 국제재판소장 및 다른 재판관, 학계와 언론계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일반인에겐 그야말로 큰 충격이었다. 여성에 대한 체계적인 성폭행과 고문 등은 이번 보고서의 큰 의미다. 앞으로 중국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새모어=중국이 현실적으로 김정은에게 싫증을 느끼고 불만족스러움을 표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이 이번 보고서 제안대로 탈북자의 제3국가로의 망명 루트를 허락한다면, 이는 북한에 엄청난 위협이 될 것이다. 북한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국경 지대에 울타리를 치고 군대를 주둔시킬 것이다.

 ▶함재봉=보고서가 발간된 바로 그날 북한이 남북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했다.

 ▶신창훈=국제적 비난을 무마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행동했다는 평가도 있다.

 ▶윌리엄스=한국은 유엔 회원국으로서 보고서 조치를 이행하는 측면뿐 아니라 유엔을 지원할 역할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다만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 출신이므로 사무총장의 활용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새모어=미국의 안보 이익은 인권 이익보다 항상 우선시돼 왔다. 미국이 인권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북한의 다양한 군사 문제를 다루고 억제하고 제한하기 위한 협상력에 장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창훈=그러나 미국에서 지난해 4월 로이스 의원이 발의한 ‘북한 제재 법안(HR 1771)’은 비록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제재에 초점을 두지만 북한 인권 향상을 위한 방안도 담고 있다. 인권문제를 핵문제와 연계하는 방안은 없는가.

 ▶새모어=미국 정책의 전통적 기조는 인권보다는 전략적 이익 우선이다. 물론 지금은 조금 다르다. 왜냐하면 미국은 핵과 미사일 이슈에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데 크게 좌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미국 내 인권을 강조하는 데 훨씬 더 많은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인권을 강조하는 것은 정권 교체를 의미한다. 다만 오랫동안 북한 문제를 다루어온 몇몇 전문가는 체제 전환 없이도 인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내야 한다는 관점을 지니고 있다. 또 다른 복잡한 문제는 우리가 중국과 논의해야 할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과 대화할 논쟁적인 이슈들이 충분히 많기 때문에 워싱턴으로서는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윌리엄스=중국과 대화하는 데 있어선 정확하고 신중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인권에 초점을 두는 것보다 발전적인 접근방법은 ‘법의 지배(rule of law)’를 말하는 것이다. 중국과의 대화에서 인권은 적합한 단어는 아니다. 커비 위원장 역시 중국을 다루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자기 삼촌을 그렇게나 극적인 방식으로 공개적으로 처형하는 새로운 지도자가 있는 나라를 자기 옆집에 두고 있는데, 중국이 이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켜 말하고 있다.

 ▶함재봉=‘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 개념은 어떤가.

 ▶윌리엄스=궁극적인 최후수단으로 이해해야 한다. 리비아는 이제 보호책임과 동의어로 인식되고 있을 만큼 조치가 실제로 행사되었던 국가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리비아와 같은 일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보호책임과 관련해 예방적 측면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보호책임의 장점은 범죄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주된 책임이 정부에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시민들을 보호할 능력이 없거나 의지가 없는 경우, 혹은 정부 스스로가 범죄를 저지르는 당사자일 경우 보호책임은 국제사회에 있다.
 그렇다면 국제사회는 현재 북한주민에 대해 ‘보호책임’이 있는가. 내 의견으로는 그렇다다. 분명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감수해야 된다. 장기적으로는 제노사이드(대량학살) 또는 보호책임 발동의 원인이 되는 범죄를 다루는 경우 안보리의 거부권을 적용하지 않는 데까지 발전해야 한다.

 ▶신창훈=보호책임의 문제는 군사개입이냐 인도주의적 간섭이냐를 두고 혼동을 주고 있다. 보호책임이 최종적으로 군사적 개입이냐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있다. 북한의 경우 보호책임과 관련해 군사적 개입이 논의된다면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확실하다.

 ▶한승주=북한 인권과 관련해 한국 내 여론은 극단을 오가는 경향을 보인다. 만일 북한 인권에 대한 현재 국내 여론이 절망과 분노로 점철되어 있다 해도 아마도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여론이 극단에 치우치지 않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신창훈=그렇다면 인권문제와 핵문제를 결부시키는 것이 북한을 더욱 압박할 수 있을까,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새모어=문제는 모든 대북제재가 궁극적으로 중국의 협력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가 성공한 것은 불행하게도 북한이 중국에 대한 의존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우리는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을 중국의 영향권에 더 밀어 넣었다. 북한은 중국 기업과의 국경을 가로지르는 비즈니스 관계를 통해 제재 효과를 상쇄시켰다. 북한이 석탄과 석유 및 기타 모든 것을 얻은 곳이 바로 중국 기업이다.

 ▶함재봉=인권문제 해결의 궁극적 목적은 체제 변화라고 해야 할까.

 ▶새모어=내가 평양에 앉아 이 보고서를 읽고 있다면 체제 붕괴처럼 들릴 것이다. 중국 정부 역시 장성택 처형으로 인해 놀랐을 것이다. 중국은 함께 일하며 중국의 이익을 보호해줄 만한 영향력 있는 북한 내부 인사를 가졌다고 생각했을 텐데, 갑자기 처형당했다. 그러니 중국으로서는 북한에 일말의 영향력이라도 끼칠 수 있는 방법을 허둥지둥 강구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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