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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에까지 미 CIA 촉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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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월터·크론카이트」-이 사람을 모르면 가짜 미국시민이라고 할만하다. 매일 저녁7시 그가 담당하는 CBS 텔리비젼의 뉴스·쇼는 2천5백만명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을 움직이는 열 사람 중에 「크론카이트」가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크론카이트」가 CIA(미 중앙정보국)에 협조, 정보원 노릇을 했다는 사실이 폭로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상원정보위가 CIA의 외국지도자 암살음모를 폭로한데 이어 지금 하원정보위는 CIA가 미국과 외국 언론기관을 이용하고 CIA요원을 기자로 가장시켜 정보를 수집할 뿐 아니라 적을 혼란시키는 뉴스나 적들끼리 싸움을 붙이는 뉴스를 날조하여 유포시킨 음모를 밝혀내고 있다.
「크론카이트」의 CIA 협조설도 하원의 조사 여파로 튀어나왔다.

<본인들은 관련설에 펄쩍>
이때 증언한 CBS와 ABC방송기자를 지낸 「샘·재피」씨는1955년부터 1969년까지 기자의 신분으로 CIA정보원 노릇을 한 사람이다.
그는 하원정보위의 증언과 기자회견에서 자기는 1955년부터 60년까지 CBS의 유엔본부 특파원, 61년부터 69년까지 ABC의 「홍콩」과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있는 동안 CIA 정보원노릇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가 듣기로는 CIA 활동에 협조한 40∼2백명의 언론인 명단에는 「월터·크론카이트」와 또 한사람의 거물언론인인 ABC의「존·채슬러」가 들어있다고 말했다.
본인들과 CIA, 상하원 정보위원회는 「재피」의 말에 펄쩍 뛰었다. 당초 이건 또 뭔가 하고 다소 긴장했던 보도진들도 지금은 「재피」의 주장을 근거없는 말로 단정하고 있다.

<명단엔 협조자 2백여 명>
「크룬카이트」와 「챈슬러」의 CIA관련설 자체는 사실이 아니라도, 그런 말이 나돌 정도로 CIA의 「뉴스· 미디어」침투와 기자 행세는 대담하고 광범위했다는 것을 「재피」의 낭설은 증명한다.
「재피」와 같은 시기에 「홍콩」특파원을 지낸 어떤 미국 기자는 「재피」는 「홍콩」에 있을 때 중국 및 소련 사람들과 특히 가까이 교제했다고 말하고 자기가 다른 미국기자들과 함께 중공을 방문했을 때 교관화 외상은 미국 기자로는 단 한사람 「재피」의 이름을 알고 있더라고 전했다. 「재피」의 활동폭을 짐작케 하는 한 토막 얘기다.

<로이터통신 이용설도>
CIA는 중요 외국「뉴스·미디어」로는 「로이터」통신을 많이 이용한 것으로 되어있다. 「로이터」통신은 그것을 부인하고 있지만 다음 주에는 공개될 것으로 보이는 하원정보위의 보고서가 나와야 CIA와 「로이터」통신 중 어느 쪽 말이 옳은 것인지 알 수 있다.
의회에서 새어 나오는 말에 따르면 「로이터」통신의 경영진에서는 모르게 CIA는 적을 해치고 미국에 유리한 허위「뉴스」를 「로이터」통신의 전파에 실을 수 있었다고 한다.
도덕적인 가치판단은 잠시 떠나서 CIA가「뉴스·미디어」를 가장 또는 이용하여 달성한 「큰 업적」의 하나로는 1960년대 초기 중·소 분쟁을 악화한 사건이 손꼽힌다. CIA는 대만과 「아시아」의 다른 지역에서 중공방송을 가장하여 소련을 공격하는 방송을 했다. 그런 뒤 그 방송을 「홍콩」에서 청취하여 「뉴스·미디어」에 들려 전 세계에 전파되게 했다.
그런 가짜 「뉴스」를 진짜로 알고 미 국무성이 대외정책을 수정해서는 큰 일이다. 그래서 생긴 것이 CIA와 국무성의 조정위원회다. CIA는 중대한 가짜「뉴스」를 터뜨릴 때마다 국무성에 사전에 알려주었다. 다만 그것은 최고위층에서만 알고있게 했다.

<15개「뉴스·미디어」협조>
당시 CIA요원은 신분을 가장하여 중국본토에 잠입하기도 했다. 그 정보원은 「홍콩」으로 탈출하는 피난민들을 상대로 중국지도층에 관한 가짜정보를 슬쩍 흘린다. 피난민들은 「홍콩」까지 용케 당도하면 기자들에게 본토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국지도층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전한다.
CIA보고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의 경우만 해도 15개 「뉴스·미디어」가 CIA와 협조했다. 「콜비」가 국장으로 와서 비로소 「뉴스·미디어」이용이 없어졌다. 그러나 아직도「뉴스·미디어」의 「파트·타임」기자들과 통신원들은 C1A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원정보위 보고서는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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