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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김용완 회장|대담: 이용호<협진양행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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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정연휴를 끝내고 첫 시무에 들어간 5일 아침. 재계 원로인 김용완 전경련회장의 집무실(3·1 「빌딩」28층) 을 40대의 신예 실업가 이용호씨(협진양행 사장) 가 「노크」했다. 70이 넘은 고령임에도 아직 홍안의 미동처럼 정정한 풍모의 김 회장은 업계 후배이자 30년의 후학이기도한 이사장(중앙고 동문으로 김 회장이 13회, 이사장이 43회)을 반갑게 맞았다.
이=『과세 안녕하셨습니까. 여전히 건강하신 것 같아 기쁩니다. 새해를 맞아 좋은 「플랜」이라도 세우셨는지요.』
김=『이젠 나이도 들고 아랫사람들이 잘하기 때문에 실무는 떠나 주로 고문 역할만 하곤 있지. 경험을 토대로 젊은이들의 상담에도 자주 응해 주는데 젊은 세대와 이야기를 나누면 자신도 젊어지는 것 같아 가장 즐거운 시간이 됩니다. 참, 사업이 잘된다고 들었는데 어때요?』이렇게 말하고 김 회장은 건강 유지를 위해 「골프」도 치고 젊은 사람들과 술도 마시며 담소하는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긴다고 근황을 설명한다.
이=『저희 회사는 「와이샤쓰」를 중심한 봉제품 수출이 전문업종인데 작년에 3천6백만 「달러」실적을 올렸고 올해는 해외 몇 군데에 지사도 설치할 계획입니다. 선생님은 새해 경기를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김=『유명대가들 말이 다 틀리니 알 수 있나. 경제란 일정불변의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외부 여건에 따라 움직이는 것인데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누구나 천하 갑부가 될 것 아닌가. 경제란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과 현실의 문제인 만큼 현 여건에 맞도록 적응, 조정해 나가는 게 중요해요.
이사장이 7년만에 적수공권에서 사업을 그만큼 성공시킨 것처럼 창의와 의지력으로 뚫고 나가는 기업가 정신이 바로 경제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겠지』
김 회장은 이어 미국이나 일본의 경제는 장년기에 들어 건강 관리만 잘하고 「제로」성장이나 「마이너스」성장을 해도 괜찮지만 한국경제는 청소년기에 해당, 체중이나 신장이 계속 커져야 하기 때문에 불황의 극복은 바로 생존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우리 나라는 자원이 빈약한 반면, 풍부하고 근면한 노동력이 자랑인데요. 우리 경제와 자원·노동력의 문제는 어떻게 보시는지』
김=『우리가 석유·원자재·식량 등 기초 자원에 큰 부족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일게요.
그러나 우수하고 저렴한 노동력이 큰 자산인 만큼 산지개발·열관리 철저 등 다각적인 자원 대책을 추진해 나가는 한편 기업가들이 창의적·의욕적 활동만 한다면 우리 나라도 「경제낙원」을 이룰 가능성이 있어요.』
이=『작년에 우리는 새마을 공장을 통한 분업 생산으로 큰 성과를 보았습니다. 모두 낮과 밤이 없이 성심껏 일하는데 감명을 받았습니다.』
김=『노동력 활용·농촌 경제의 「밸런스」를 위해서도 새마을 공장의 비중은 강화돼야 해요. 일본의 중소기업 중심지인 「나고야」나 미국의 「디트로이트」시도 이러한 분업체계에서 시작, 발전한 공업도시 아닌가.』
이=『끝으로 기업인의 자세 같은 것에 한 말씀 해주십시오.』
김=『부조리나 부정·부패의 문제는 개도국에선 다소 항례에 속하는데, 그 배제 작업은 근본적으로 경제 성장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봐요. 항산에 항심이라고 넉넉히 살게 되면 부정도 줄고 남에게 선심까지 쓰게 되는 것 아닙니까.
관·민이 합심해서 서서히 추진하되 「빈대 잡기 위해 초가 태우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지요.』
김 회장은 우리 경제의 기본 원동력은 기업인들의 왕성한 활동력에 있다고 지적, 분발을 거듭 촉구하면서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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