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의 빈·부국간 대결-막 오른 「파리」국제경제협력 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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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6일 「파리」의 국제회의 「센터」에서 열리는 국제경제협력회의는 「오일·쇼크」 이후 대결자세를 취해온 북의 선진공업국과 남의 개발도상국이 서로의 현안을 놓고 사상 첫 「남북대화」를 갖는다는 점에서 하나의 역사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 참석하는 8개 선진공업국과 19개 개발도상국이 내부적인 이해관계의 대립에도 불구하고 한자리에 모이게 된 것은 종래의 세계 경제질서가 뿌리에서부터 도전 받고 있다는 위기감과 위기현장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의 변화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문제의 핵심은 공업세계에서 제3세계로 옮겨가고 있으며 앞으로 20년 사이의 사회적 진화에 있어서 의의 있는 일은 공업국이 아니라 개발 도상국에서 일어날 것』(「지스카르-데스텡」「프랑스」대통령)이며 『가난한 나라도, 부유한 나라도 고립해서는 목적을 달성할 없다』(키신저)는 현상인식에서 비롯됐다.
선진공업국의 이같은 제3세계에 대한 협력추세는 73년10월 석유금수이전에는 생각도 못한 태도변화가 아닐 수 없다. 석유무기화에 힘입은 개발도상국들은 천연자원의 항구주권화를 선언하고 그들의 1차 산품에 대한 공정한 가격요구와 부의 재분배 등을 내걸고 선진공업국위주의 현 국제경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반성하는 신국제경제질서(74년4월 「유엔」자원 특총)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개발도상국 측의 도전은 「유엔」자원 특총·국제해양법회의(74년6월)·세계인구회의(74년8월)·세계식량회의(74년11월)에서 공동투쟁의 형식으로 발전해간 반면 선진국측은 「워싱턴」「에너지」회담 등에서 의견의 구심점을 얻지 못하고 미국의 고자세와 「프랑스」의 협력주장으로 양분돼 있었다. 올해 4월 남북관계국은 처음으로 대화를 위한 첫 시도를 했다.
그러나 준비회담은 실패였다. 미국이 「에너지」문제만을 다루자고 제안한데 대해 석유이외의 1차 산품·개발문제도 포함해야 된다는 개발도상국의 반발이 거세었기 때문이다.
이 사이에 선진국측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이 대결에서 대화로 대전환을 한 것이다. 지난 9월 「유엔」경제 특총에서 「키신저」미 국무장관은 제3세계와의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정책의 전환에 따라 다시 대화의 기운이 싹트고 10월13일 「파리」에서 준비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남북대표 10개국이 모여 「에너지」·1차 산품·개발·금융의 4개 분과로 나누어 「토의하자는데는 합의」했기 때문이다. 곧 이어 미·EEC·일본·「캐나다」 등 선진공업국수뇌들이 「파리」교외의 「랑부이에」에서 회동하고 그들간의 대책을 숙의 했다.
이번 「파리」남북회담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1차 산품과 공업제품의 가격을 「링크」하려는 「인플레」연동제(「인덱세이션」·1차 산품 수출가격을 세계「인플레」에 따라 조절하는 것)이다.
1차 산품의 수출을 주로 하는 개발도상국들로서는 이 「인플레」연동제가 「인플레」에 대한 보상체계이며 동시에 국제적인 상품수급시장의 가격불공정을 시정할 신국제경제질서의 첫 단계로 밀고있는데 대해 선진공업국들은 그들의 손아귀 속에 있는 시장에서 상품수요공급에 따라 국제가격이 저절로 형성되어야하며 1차 산품값이 크게 떨어져 소득감소를 초래할때는 구제융자로 보상해줄 수 있다는 방책에서 더 물러서려고 하지 않고 있다.
결국 개발도상 제3세계의 근본적인 변혁요구에 대해 현 질서 안에서의 국제협력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제3세계의 협조 책을 취하면서 그 단결을 깨뜨리고 그 대부분을 선진국과의 협조노선으로 끌어넣는 것』(「U·S·뉴스·앤드·월드·리모트」지)이 미국 등 선진공업국의 기본전략이라면 현 질서의 변혁을 꿈꾸는 제3세계와의 기본적인 마찰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대화를 통한 남북간의 단체교섭의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김영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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