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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재일교포사회|성묘방한계기로 동요하는 조총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조선대교육학과를 졸업한 뒤「오오사까」시 조선고급중학(조총련계) 교사를 해온 나신자씨(39·전남 무안출신)가 11월말 모국성묘방문을 하고 일본으로 돌아와 학교에 사직서를 내던 날이었다.
『여러분 나는 열사흘동안 남조선을 보고왔습니다. 내가 그동안 남조선에 대해 가르쳐온 것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그곳에 가보고 알았습니다.
선생의 양심으로 더 이상 이 교단에 설수없어 오늘 사표를 냈습니다.』나교사의 이「마지막 교실」이 조총련동포의 모국방문사업을 앞장 서 방해해온 조총련학교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충격을 주었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
「오오사까」시의 이모군(18)은 조총련고교2년을 자퇴하고는 모국방문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다녀왔다,『수년 전「민족교육」을 시키기 위해 아들을 조총련학교에 입학시켰다』는 한창수씨(63·경북청도출신·습강시남정횡간삼정목)는 조총련학교의 교육내용을 살펴보고서는 바로 일본학교로 전학을 시켜버렸다.
정치사상위주의 교육과 이북교과서를 그대로 사용하는 등의 교육내용과 방식에 아들을 맡길 수 없었다는 한씨의 실명이다.
조총련의 2세 교육에 대한 열의는 대단하다. 조총련은 1955년5월 결성대회에서「교육의 강화발전」을 결정, 초창기부터 교육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북괴의 조총련에 대한 교육지원비는 74년말까지 1백83억6천여만「엥」에 이르렀으며 학생수는 최고 4만2천여명(65년)일 때도 있었다.
조총련이 이같이 교육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도 학생수는 차차 줄어들어 현재는 3만5백66명.
민단측은 유일사상을 주입하는 교육내용과 방식으로는 이 학교 졸업생들이 일본사회에 적응할 수 없다는 일반적인 생각 때문에 조총련학교의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한다.
모국방문사업은 이런 조총련학생감소추세를 부채질하여 조총련을 더욱 당황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민단의 교육시설이 불충분하여 한국적을 찾겠다는 조총련교포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인구1백여만명에 교포1만1천여명이 살고있는「가와사끼」시에는 조총련계 국민교·중학이 각2개교씩 모두4개교가 있으나 민단학교는 1개교도 없다.
그래서 이 시에 살며 모국을 다녀온 송모씨(45·경남사천출신)는『딸이 조총련학교에 다니고 있어 몰래 한국에 갔다왔다. 딸이 졸업하면 한국적으로 전적하겠다』고 씁쓸한 표정으로 말한다.
모국성묘방문을 하고 온 이봉선씨(58·경북고령출신·동경대전구중문향)는 1남2녀의 자녀들이 조총련학교를 졸업하기를 기다리느라 지금까지 본의 아니게 조총련에 머물러 있었다고 했다.
민단과 조총련의 학교세를 비교해 보면 12만9천여명의 재일교포학생 가운데 1.3%인 1천7백23명이 민단학교에 재학중이며 조총련학교에는 23.5%인 3만5백66명,일본계학교에 75.2%인 9만6천9백4명이 각각 다니고 있다는 것.
학교수도 조총련이1백56개교(대학=1개, 고교=4개,중학=4개,국민교=90개)인데 반해 민단은 12개교(고교=4개,중학=4개,국민교=3개,유치원=1개)뿐이다.
『재일교포들의 교육문제에 대해 본국에서 더 높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선은 재일교포학생의 본국초청단기교육을 크게 확대하고 근본적으로 각급학교를 시급히 증설해야 합니다』고 교포들은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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