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 대대통령은 FBI를 악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연방수사국(FBI)국장으로 48년 동안 군림해오다가 지난72년 사망과 함께 물러난「애드거·후버」가 6대의 대통령에게 정적이나 비판자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고수해 왔음이 최근 미상원정보위원회 조사보고서에서 밝혀졌다.
그가 정년퇴직연한을 7년이나 넘어서 FBI국장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방대한 정보활동을 독점함으로써 대통령까지도 그를 두려워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근착「타임」지는 주장하고 있다.
7개월 동안의 조사 끝에 발표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루스벨트」대통령이하 6명의 대통령이 FBI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루스벨트=1940년 그가 국방정책에 관한 연설을 한 직후 이 연설에 대해 비판적인 전문을 보낸 1백28명의 인사들의 명단을「후버」에게 보내 이들의 개인생활을 조사하도록 의뢰했다.
그는 또 FBI로 하여금 측근 보좌관 3.4명의 집 전화를 도청하도록 지시했는데 그중 한사람의 아내가, 내부정보를 「워싱턴」의「타임스·헤럴드」지에 누설하고 있다고 의심했기 때문이다.
▲트루먼=FBI의 직무 외 정보활동에 가장 불쾌감을 표시했던 대통령이다.그는 「후버」가 FBI의 도청내용을 모아「트루먼」에게 보냈을 때 『그따위 바보짓에 신경 쓸 시간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후버」는, 계속 용공분자가 일부 상원의원의 연설을 작성해 주고 있다든가,「뉴스위크」지가 해외첩보활동에 관한 특집계획을 하고 있다든가, 민주당을 곤경에 몰 추문이 곧 터질 것이라는 등의 정보를 보냈다.
▲아이젠하워 n1956연초「아이크」로부터 인종분규에 대한「브리핑」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는 흑인 민권단체의 활동뿐 아니라 남부 정치인들의 인종통합반대운동에 관한 정보까지 자세히 보고했다.
▲케네디=당시 법무장관이던「로버트·케네디」의 요청에 마라 국방성의 정보유출을 탐지하기 위해 기자들의 전화를 도청하기 시작했다.
그 대장에는「뉴욕·타임스」와「뉴스위크」의 군사문제담당기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FBI는 또 행정부고위관리와 의회전문위원 등 6명의 인사들에 대해 도청을 실시했다.
▲존슨=「존슨」은 1964년 「어틀랜터」시에서 열린 민주당전당대회를 조사하기 위해 31명의 FBI 특별반을 구성, 파견하도록 「우버」에게 요청함으로써 FBI 국내정치 개입규모가 급작스럽게 확대되었다.
그는 정적인「골드워터」후보의 참모들에게 대해 수사를 요청했으며 월남전 수행에 비판적인 기자,「케네디」암살에 관한「워런」보고서에 비판적인 인사들에 대한 조사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FBI는 심지어 비판자가 성행위를 하는 사진까지 찍어보냈다.
▲닉슨=그가 FBI를 통해 「워터게이트」의 민주당 본부에 은밀한 공작을 하다가 결국 대통령직을 물러나게 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닉슨」의 수석보좌관이었던「엘리크먼」은 『「후버」가 자신이 수집한 방대한 정보로 대통령을 공갈협박까지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명했다.
그가 생전에 모은 미국 조야의 무수한 인사들의 사생활에 관한 정보는 그가 죽은 후 FBI와 CIA관리들이 자주 모여「포커」노름을 즐기는 「웨스트버지니아」주의 비밀장소에 옮겨갔는데 이 건물은 지난 11월23일 원인 모를 불로 타버렸다.
누가 그 서류들을 그곳에 옮기도록 명했으며 운반책임을 맡은 자가 누구인지는 그 문서의 내용과 함께 비밀의 장막 속에 감추어져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