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값 인상과 물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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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석유 류 가격 8·8%, 전기요금 10%를 인상키로 확정 발표했다. 그밖에도 비료가격 인상률 69·9%가 거의 확정된 것이므로 물가정세는 한차례 상승추세를 불가피하게 보일 것이다.
지난 10월말 현재 소비자물가는 25%, 도매물가는 17%의 상승실적을 보인 것이므로 유류 가격·전기요금·추곡수매 가격인상 등 물가요인을 고려할 때 연말 물가억제선 20%를 유지하는 데에는 많은 애로가 있을 것이다. 계절적으로도 성수기에 접어들고 있는 때에 물가요인이 계속적으로 누적되는 것은 안정화의 당면 과제를 위해서도 반가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물가요인을 행정적으로 누름으로써 야기되는 왜곡현상에 비한다면 오를 것은 제때에 올라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경제의 논리라 하겠으며, 때문에 가격조정 자체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일단 인정해야 한다. 다만 물가정책의 전개과정에서 경제논리를 보편적으로 존중하는 것이 아니고,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일반적인 단서만은 달아야 할 것이다.
종래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물가압력이 큰 경우일수록 선별적으로 가격조정을 허용하는 한편, 경제적 지위가 약한 분야에는 행정력을 강화해서 물가압력의 주름살을 그쪽으로 전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번 가격조정에 있어서도 조정원칙이 먼저 확실해야 하겠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즉 물가압력은 일단 형성되면 그것이 전체과정에 파급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전과정의 조정작용을 일단은 허용한다는 기본방침을 확실히 해야 한다. 그런데도 일단 정해 놓은 억제 목표 때문에 물가를 행정적으로만 억제하는 것은 산업 정책적으로 불공평할 뿐만 아니라 가격기능의 최대 장점이라 할 수급조절과 자원의 적정배분 기능을 소멸시킴으로써 낭비를 자초한다는 점을 깊이 유의해야 하겠다.
다음으로 가격조정이 있을 때마다 그것을 충분히 소 화 시켜서 1회만의 조정으로 다시 안정을 되찾도록 하는 노력이 부족한 점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 물가의 현실화로 새로운 체계를 형성한다는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물가조정 과정에 행정력이 개입되지 않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안정체계가 가격기능의 발휘로 이루어질 때까지는 인내하는 정책자세가 없어 가지고서는 언제나 물가요인을 다음다음으로 이월해 나은 연내의 모순에서 탈피할 수 없을 것이다.
끝으로 물가압력이 크고 그것이 점차 가격조정으로 양성화하는 것은 미리 그 시기를 예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임을 유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재정·금융·무역·외원 정책 등으로 물가요인을 가능한 한 적절히 상살 시켜 갈 수 있는 폴리시·믹스의 기회는 언제나 있는 것이다. 물가요인이 크게 도사리고 있으며 그것이 조만간 양성화하는 때에 재정팽창이나 금융완화 투자촉진정책이 집행된다면 상승작용을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코스트 압력은 수요관리로써 상살 시켜 나가야지 수요증가와 결합케 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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