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적 상상력의 토대는 사회다"-광복30년과 문학문협서 심포지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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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문인협회(이사장 조연현)는 31, 1 양일간 제3회 문학「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광복30년과 문학』이라는 주제의 이번 「심포지엄」에서 정한모 교수(서울대)는 『광복30년의 문학개관』을, 신동욱 교수(고려대)는 『사회적 상황과 문학의 관련성』을, 정한숙 교수(고려대)는 『외래사조가 한국문학에 미친 영향』을, 이길형 교수(중앙대)는 『외국 속의 한국문학』을, 권일송씨(시인)는 『시정신과 산문정신』을 각각 발표했다. 다음은 신동욱씨와 정한숙씨의 주제발표요지-. <편집자주>

<사회적 상황과 문학>신동욱(고려대 교수)
문학의 소재는 다분히 사회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작가·시인들이 소속된 시대와 그 시대가 가지고 있는 제도·풍속·도덕·경제상태 등 복잡하고도 다양한 문제들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 하는 것은 그들의 태도와 실천에 달렸다.
여기서 생기는 문제는 과연 작가나 시인이 사회적·문화적 획득을 문학이라는 일정한 목적에 알맞게 이용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으로서만 그 자리를 지키는가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직접적이기보다는 간접적으로 그것을 조종하는 구실을 한다. 문학은 이점에서 한시대의 사회적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 사회적 상황의 양상을 조종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한 예로 1789년의 「프랑스」대혁명을 들 수 있으며 우리 나라의 문학사상도 그러한 문제성을 내포하고 있다. 18세기의 지식인과 문인들의 생각 속에는 사회적 판단을 전체주의 시대의 양반관료의 기준으로부터 공평한 것으로 바꾸는 중요한 사상이 들어 있었다. 그 무렵의 사설시조·가사·가면극·평민소설이 담고 있는 골계미는 그것을 객관적으로 충분히 입증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방이후 사회적 상황의 양상과 문학작품 사이에는 어떤 관련성이 있는가. 이의 검토를 위해 최인훈의 『광장』, 손창섭의 『잉서인간』, 하근찬의 『왕능과 주둔군』을 예로 드는 것이 타당하리라 생각된다.
「남북분단과 이념문제」(광장) 「사회악과 도덕의 문제」(잉여인간) 「고유문화에 대한 외래적인 힘의 작용문제」 등 해방 후 우리가 맞부딪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광장』에서 분단시대의 한 지식인의 틀을 「이명준」이 대표한다면, 그가 추구했던 이념추구의 길고도 벅찬 여행은 사회적 의미로 가득 찬 것이다. 또 『잉여인간』에서 「채익준」의 요구와 그 충족사이의 괴리는 중요한 사회적인 문제이며 『왕릉과 주둔군』에서의 「금례」는 미군주둔이후의 국제결혼·사생아문제 등 사회변동의 한 구석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의 확대와 심화자체가 한문화의 척도가 된다. 문학적 상상력은 사회적인 제관련성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래사조와 한국문학>정한숙(작가)
해방이전의 한국문학은 외래사조의 전시장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동시대 서구의 각 문예사조가 혼류 되었었다.
또한 본격적인 작품소개보다는 피상적인 강목 소개가 앞서있었다. 우리 문학은 외면적인 모방에 그쳤던 것이다. 이렇게 외래문예사조가 우리의 문예사조로 소화, 발전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 영향은 부정적인 것이 되지만 한국문학의 경우에 있어서는 숙명적으로 통과해야만 했던 역사적 과정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사조의 혼란을 겪으면서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한국 현대문학의 형태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보면 그 영향은 또한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것이다.
외래사조가 문학적으로 구체화한 작품이 이입되는 것은 주로 번역에 의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외래사조가 문학의 형태로 소개된 번역문학은 궁극적으로 해방 30년의 한국문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 중시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번역작품은 그 원류와 번역 태도에 따라 매우 다른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광복을 전후해 성행했던 번역문학은 일역으로부터 중역한 것이 많다.
한국문학이 그 성장과정에서 섭취한 영향이 어떤 의미에서는 일본적인 것이 다대한 결과를 낳게 되었다.
한편 어떤 특정의 사조를 대표하는 작품소개에 앞서 대중적인 읽을거리나 「셰익스피어」 등 고전을 많이 취급함으로써 외국 문학의 영향을 알아보기는 매우 힘들다.
외래의 것을 체계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무조건 받아들여 그만큼 한국문학의 독자적 특성을 흐리게 한 면도 많다. 그 영향은 결코 건설적인 것만은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한국 문학사조가 전개되려면 이제부터라도 체계적인 외래사조와 그 문학의 국내반입이 요구된다. 따라서 이제까지의 한국현대문학의 사적 정리가 보다 비교문학적 측면에서 재구성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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