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처럼 될라" 카자흐·벨라루스 러시아에 경계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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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 가시화하면서 옛 소련 국가들은 좌불안석이다. 러시아에 맞서면 조지아나 우크라이나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러시아에 대한 경계심과 적대감도 커지고 있다. 주권을 무시하고 영토마저 함부로 재단하는 데 대한 불만이다. 이에 따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심 찬 ‘유라시아연합(러시아와 옛 소련 국가들의 경제공동체)’ 구상도 흐트러질 위험에 처했다. 소련제국 부활을 노리는 푸틴의 강압이 지속되면 유라시아연합에 대한 기대와 열의는 반비례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유라시아연합 전 단계로 러시아가 주도하는 관세동맹 내에서도 러시아의 크림 개입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관세동맹에 가입한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 바자르예프 대통령은 푸틴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시민권을 존중하라고 주문했다. 또 다른 가입국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도 ‘서방의 지원에 힘입어 우크라이나 봉기가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러시아의 입장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두 나라는 러시아의 압박에도 러시아가 6년 전 조지아 전쟁을 통해 사실상 분리 독립시킨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 이들 국가는 관세동맹 내에서 러시아가 자신들을 동등한 자격으로 대하지 않는 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관세동맹 가입 후보국인 키르기스스탄도 우크라이나에서 축출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러시아에 나타난 것은 부적절하다며 러시아를 간접 비판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는 유라시아연합 구상의 핵심 국가로 꼽힌다. 우크라이나의 참여 없는 유라시아연합은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한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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