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교수의 보석상자] 다이아몬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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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의 황제, 다이아몬드. 화려한 색깔의 다른 많은 보석을 물리치고 무색의 다이아몬드가 보석의 왕좌를 차지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다이아몬드의 역사 속에 그 해답의 일부가 담겨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다이아몬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며 한가지 원소(탄소)로 구성된 유일한 보석이다. 다른 보석들과는 생성 환경도 판이하다. 다이아몬드는 지하 150㎞ 아래에서 엄청나게 높은 온도와 압력조건에서만 만들어진다. 생성 시기도 최소 10억 년 전에서 33억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의 손가락에서 빛나는 광물이 지구 나이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나이를 먹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현대 과학이 밝혀낸 사실일 뿐 다이아몬드가 사랑받기 시작한 초기에는 사람들이 알지도 못했던 것들이었다. 그렇다면 다이아몬드의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나.

옛날에는 채취된 다이아몬드 중에서 좀 크다 싶은 것들은 예외없이 당시 최고 권력자인 왕에게 헌상되거나 판매돼 지배자들과 관계를 맺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이 돌은 힘과 권위, 특권의 상징으로 변화했다. 그러다 15세기 독일의 왕 막스밀리안이 자신의 약혼 선물로 다이아몬드를 선물한 것이 오늘날 약혼과 결혼 반지로 다이아몬드를 선물하는 관행의 효시가 된 것이다.

18세기까지 다이아몬드는 대부분 인도 골콘다 지방에서 채취됐다. 지금도 유명한 다이아몬드는 대부분 인도산이다. 그러나 인도의 생산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나미비아.보츠와나.앙골라.시에라리온 등 아프리카의 새 광산들이 속속 발견됐다. 이들 아프리카 지역의 광산은 그 소유권을 놓고 내란의 원인이 되고 있어 '핏빛 다이아몬드'라는 가슴 아픈 별명이 붙기도 하는 실정이다.

1980년대 들어 호주의 아길 광산에서 갈색 다이아몬드 (2)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공업용으로만 사용되다 오늘날에는 코냑.샴페인이라는 이름의 보석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아길 광산에서는 또 진한 분홍색 다이아몬드 (1)가 산출되는데 이는 텐더 핑크 다이아몬드라 하여 1캐럿당 10만 달러(약 1억원) 이상의 고가로 경매되고 있다. 100만 캐럿 중 1캐럿 정도만이 팬시 다이아몬드용 품질이 된다고 하니 비쌀 만도 하다.

최근에는 캐나다 북부의 동토 지대에서 다이아몬드 탐사가 끊임없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라 하더라도 원석 자체로는 그저 유리조각에 불과한 것이다. 장인의 섬세한 손길이 닿아야 찬란한 보석으로 둔갑할 수 있다. 과학적으로 계산된 커브릴리언트 커트에 따라 다이아몬드만이 갖는 높은 굴절률에 의해 입사된 광선이 결정 내에서 분산돼 정교하게 계산된 통로를 따라가면서 무색광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광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게다가 판매 통제에 의해 만들어지는 투자 가치도 다이아몬드가 왕관을 유지하는 주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정복되지 않는 돌'이란 별명처럼 가까운 장래에 다이아몬드를 정복할 보석은 나타날 것 같지는 않다.

문희수 연세대 교수(지질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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