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가을별미(2) 들깻잎 부각 튀김|찹쌀풀 발라 말린 들깻잎 기름에튀겨|독특한 향기로 입맛돋우는 영양식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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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시인 박두호씨 댁의 가을은 식탁으로부터 온다. 부인 이희성여사(46)는 가을로 접어들면 서둘러 들깻잎부각 튀김을 마련한다.
한여름 무더위에 지쳐 잃었던 가족들의 입맛을 되찾는 초가을 미각으로는 향기롭고 산뜻한 들깻잎 부각튀김을 따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평소에 담박한 산채류를 주로 찾는 그분은 가을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래요. 도라지·고사리·더덕…. 게다가 들깻잎 부각 튀김은 들깨특유의 향긋한 냄새를 좋아해서인데 영양가도 높다고 해요.』 원산지가 인도인 들깨는 고급 불포화 지방산의 덩어리로 예부터 정력강장과 장수식품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들깻잎은 「비타민」A의 함량이 뛰어나고 (1백g중 2천IU) 「비타민」B2·무기질·「칼숨」·철분·인을 골고루 함유하고 있는 영양가 높은 식품.
게다가 값도 싸서 일반 가정에서도 부담없이 마련할 수 있다.
들깻잎을 사다가 손질하여 뿌득뿌득 말린 후 찹쌀풀을 발라 말린 것을 기름에 튀긴 것이 들깻잎부각 튀김. 때로는 쪄서 말리기도 하고 찹쌀풀에 통깨 (참깨) 등 양념을 함께 넣어 바르기도 하는데 이 여사는 들깻잎의 독특한 향기와 담박한 맛을 잃지 않기 위해 날것인 채로 그냥 찹쌀풀만을 발라 말린다.
이렇게 만든 들깻잎은 초가을의 밥반찬으로 뿐만 아니라 맥주안주로도 일품이어서 혹시 손님의 술상이라도 별안간 차려야할 때면 더없이 제격이다.
또한 초가을에 넉넉히 마련해두면 반찬거리가 여의치 않은 한겨울용 밑반찬으로도 단단히 한몫을 한다는 것이 이 여사의 얘기다.
『요즈음 시장에 한창 나도는데 1백원 짜리 한 다발이면 2,3일은 충분히 먹을 수 있어요. 들깻잎뿐 아니라 요즈음은 늦게 돋아난 꽃술을 꺾어다 파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살수만 있으면 더욱 좋지요.』 꽃숱잎은 보다 향기가 더욱 뛰어나고 튀겨 놓은 후의 모양도 아름답다.
그러나 들깻잎은 초가을에 잠깐 나왔다가는 그만이므로 때를 놓치지 않아야 맛있는 들깻잎 부각튀김을 즐길 수 있다.『음식은 그 소재가 변변치 않은 것일수록 더욱 정성을 들여야하고 또 특색있는 소재일수록 그 특색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요령인 것 같아요.』 이 여사의 소박한 식탁관리법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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