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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떠날 채비 서두는 일본 기업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월남·「캄보디아」·「라오스」가 잇달아 적화되면서 태국은 「도미노」이론의 다음 번 시험장으로 되었다. 사실 태국의 경제인들은 벌써부터 『태국은 몇 년이나 견딜까』라는 귀엣말을 주고받는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경제 전반에 이미 폭넓은 영향은 미치고 있다. 지난 4월「사이공」 「프놈펜」이 함락되면서 외국으로 뛸 적에는「달러」나 금덩이밖에 믿을게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지자 또 「달러」시세가 담박질치는 것이다.
즉▲고액「달러」화의 암시세가 30%이상 올랐고 ▲「타이」최대의 상업은행주를 비롯, 모든 주가가 매물 폭주로 크게 떨어졌으며 ▲토지·「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거의 없고 ▲은행에는 해외 지사에 구좌를 열려는 고객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태국은 지금까지 한번도 남의 식민지로 떨어진 적이 없다. 19세기의 제국주의 시대에도 인도를 먹은 영국과 인도지나를 삼킨 「프랑스」가 완충국으로 삼는 바람에,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
따라서 인지「쇼크」는 태국인 들로서는 처음 망하는 충격인 셈이며 이 때문에 필요 이상의 과민한 반응을 보인 감도 없지 않다.
한데 이와 같은 패배 의식은 태국의 부호·지주들뿐만 아니라 그곳에 진출한 외국 기업, 특히 일본계 기업에서도 강하게 나타났다.
예컨대 대화 방적과 이등충 상사가 추진 중이던「샴·인터내셔널·스피닝」사는 건설 계획이 연기되었다.
자본금 1억2천만「바트」에 태국 51%. 대화 25%·이등충 24%씩 출자키로 했던 이 회사는 방적 시설 3만4백여 추에 직기9백50여대로 조기 건설을 서두르던 참이었다.
또 종방과 동양 면화가「타이」와 함께 건설키로 했던 「타이·메묜·텍스타일」계획도 연기되었다.
자본금 2억「바트」로 동양 최대의 방적 공장을 세우려던 야심적인 계획이 이렇다 할 만한 이유도 없이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그밖에 제국「피스톤·링」이 동남아에서 거점 삼아 준비해 오던 「타이·오토패트·인더스트리즈」도 76년 봄의 조업개시 예정을 1년간 연기했다.
그런데 여기서 『연기』라는 말은 사실상 『중지』를 의미한다. 일정 기간 늦추면서 투자 환경이 호전된 경우에는 계획을 집행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그만 두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 만큼 신규 투자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현재 「타이」에 머무르고 있는 일계 기업의 경영진들은 ▲원칙적으로 신규 투자는 하지 않으며 ▲특히 회수 기간이 5년 이상인 장기 투자는 절대 피하고 ▲현지의 채권 회수를 위한 미끼로서 투자가 불가피할 경우에는 회수 기간 2∼3년 이내인 부문에만 돈을 쓴다고 행동 원칙을 정하고 있다.
이로써도 알 수 있듯이 「타이」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은 현재 투자 분의 회수 문제에 가장 신경을 쓴다.
일본계기업은 작년3월말 현재 4백8건 1억6천3백만「달러」를 투자했으며 이것은 태국 외국인 투자 총액의 41.5%에 해당한다.
이처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본측이 신규 투자를 중지하고 기왕에 들여놓았던 것 마저 찾아가려 든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더구나 태국은 무역수지 면에서는 항상 적자를 내어 이것을 자본수지로 메워 왔다. 따라서 외자 유입의 정지는 곧 경제적 파탄을 의미하는 것이다.
일부 태국 지식인들이 일본 기업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가상의 위기가 현실화되었다고 비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경제신간=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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