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류출 모두 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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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박태선장로의 장남 박동명피고인(30·태광실업대표겸「시온」합섬무역부장)에 대한 외국환관리법·국내재산도피방지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담배전매법·상습도박·폭력행위등 처벌에관한법률등 위반사건 첫공판이 16일상오10시20분 서울형사지법 대법정에서 박충순부장판사(합의7부) 심리로 열렸다.
재판부의 인정심문에 이어 관여 이종남부장검사의 직접심문에서 박피고인은 73년3월∼4월사이 의류무역상인 서독 「마일즈」상사사무원으로부터 미화 5만7천「달러」를 사들여 이를일본인 「구리다」씨를 통해 일본으로 빼돌린 후 일본에서 이 돈을 받아 자신이 갖고간 2만3천「달러」와 합쳐 모두 8만「달러」를 갖고 73년4월28일 미국에가 이중 4만5천「달러」를동경은행「뉴요크」지점에 예입한 사실을 시인했다.
이어 박피고인은 73년9월 자동차「브로커」인 김상조씨와 짜고 주한「터키」대사관무관 옥타이씨 명의로 서독제 벤즈 4백50스포츠카 1대를 면세 수입하면서 「브로커」김씨를 통해 한화 2백만원과 미화 1만4천「달러」를 건네준 사실도 시인했으나 당시 이같은 방법으로 차를 사들이는 것이 위법 행위인줄은 몰랐으며 또 1천2백만∼1천6백만원의 관세만 물면 된다는 「브로커」김씨의 말을 믿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박 피고인은 74년8월부터 75년2월까지 서울중구회현동 암 「달러」시장에서 부동산을 처분한 돈으로 미화 9만「달러」(한화4천5백만원)를 사들여 이를 75년2월27일 일본을경유 「프랑스」은행「홍콩」지점에 예치했다가 후에 같은 은행 「캘리포니아」지점으로 송금했던 사실도 시인했다. 또 박피고인은 도박판에서 2천3백만원을 잃고 싯가1백20만원짜리 「바사룬」손목시계1개를 저당잡힌 뒤 이를 되찾기 위해 상습도박꾼 조양호씨를「그랜드·호텔」로 납치, 폭행하고 4백만원에 대한 지불각서를 받은 사실도 시인했다.
재판정에는 9시40분부터 박태선장로교의 신도를 비롯, 모두 5백명가량의 방청객이 몰려들었으나 연예인은 한명도 없었다.
10시정각 죄수번호5377을 단 박피고인이 더벅머리에 푸른색 수의를 입고 입장하자 50여명의 보도진들이 몰려들어 사진을 찍어 약10분간 법정안이 소란했다.
박피고인은 이따금 방청석을 돌아보기도 하다가 담당재판부중 주심판사로 여판사인 강기원판사가 입장하자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기조 했다.
15년동안 박장로교를 믿어 왔다는 최정숙씨(59)는 방청석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주여, 죄없는 저 아들을 왜 이렇게 만들었나이까』면서 기도를 드렸다.
박피고인은 관여 이 검사의 신문에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하면서『나는 영어를 할줄 몰라 상대방 외국인과 흥정에서 숫자를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재판은 8월6일상오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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