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지원은 비용 아닌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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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중단됐던 대북 인도적 지원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 중심에 민간 대북지원단체들의 모임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가 있다. 북민협 신임 회장을 맡은 양호승(67·사진) 한국월드비전 회장은 “통일을 준비하는 작업은 남북한 주민들의 신뢰쌓기부터 시작돼야 하고, 대북 지원은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강조했다. 인도적 지원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일이고, 이를 통해 남북한 주민들의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게 양 회장의 판단이다. 양 회장은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대북 지원이 중단됐고, 북한 지원단체들이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를 지원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사실상 북민협이 본연의 활동을 하지 못한 셈이다. 그러나 얻은 것도 있다고 한다. “우리 단체들의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 역시 한국을 친근하게 생각하게 됐지요.”

 영국에 본부를 두고 세계 96개국에서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월드비전은 1994년부터 북한에서 구호활동을 펼쳐왔다. 초창기엔 국수 등 구호 식품을 지원하다 2000년대 들어 감자 증산을 위한 무바이러스 씨감자를 보급하는 기술을 지원했다. 고기 지원에서 고기 잡는 방법을 전수하는 사업으로 바뀐 셈이다. 2010년 5·24조치로 한국월드비전의 대북 지원이 어려워진 이후엔 국제 월드비전을 통해 지원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자들이나 주민들과의 믿음이 쌓여 최근에는 황해북도 중화군 금산농장을 통째로 월드비전이 맡아 농업, 보건의료, 주택, 교육 등의 지역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10여 년 전 옛 동독 지역이었던 라히프치히에 잠시 머물 기회가 있었어요. 이용객이 없는데도 독일 정부가 그곳에 공항을 짓고, 도로를 닦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그곳이 관광 명소가 돼 세계에서 몰려들어요. 이것이 통일준비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그가 북한과 통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 남북고위급접촉과 이산가족상봉으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며 북민협과 월드비전은 본격적인 대북 지원을 준비 중이다. 그 시작이 지난 5일 월드비전이 주최하고 국회와 중앙일보·통일부·농림축산식품부가 후원한 대북농업개발협력포럼이다.

 “중앙일보가 주도하는 1090 평화와 통일운동이 지난달 24일 대북 분유(2만6000통)를 지원하며 대북 지원의 물꼬를 텄으니, 북민협도 통일준비 실천차원의 활동을 본격화할 겁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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