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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정치」는 열렸는가|신민당 노선 천명이 후의 정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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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극한투정 유보」로 해석>
「구상중」이라는 이유로 침묵을 지켜오던 김영삼 신민당 총재는 5일의 기자회견에서 당 노선의 「변화무」를 밝혔다.
신민당의 기본목표는 자유민주주의의 구현이며 이 목표는 누구도 변질시킬 수 없다는 것이 그 줄거리. 그러나 그 목표의 접근방법에서 김 총재는 「대결」아닌 「대화」를 내세워 전술변화를 뚜렷이 했다. 『앞으로 끈질긴 대화정치를 펴나가겠다』고 한 김 총재의 노선제시는 뒤집어 말해 가두진출·의사당 결성 등의 극한투쟁을 유보하겠다는 노선변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대화정치」로의 전술변경은 지난 5월21일 있었던 청와대 면담이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베일」에 가려진 요담의 알맹이가 한꺼풀 벗겨진 셈이다.
김 총재가 회견에서 종래 쓰던 극한용어를 입이 올리지 않은 점, 체제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사실, 이례적으로 『김일성에게 경고한다』는 항목을 집어넣은 것 등은 유연 전술로의 전환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화정치」의 시도는 당 기관지 민주전선의 「주창」을 빌면 『인도지나의 「크메르」와 월남이 적화되고 긴급조치 9호가 발동된 상황에서 「문제해결」을 시도해보는 유연성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민주정치에 있어서 대화로 이견을 접근시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정상적이다』 『「대화정치」중에서도 「정상대화」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는 등 대화정치의 이상을 그린 「주창」은 김총재의 구상이며 동시에 신민당의 노선이기도 한 것이 분명하다.
박정희 대통령과 김 총재간의 안보관 일치는 2시간의 요담결과 나타난 것이지만 이점은 회견에서도 『당면한 안보문제에도 국가적 차원에서 초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확언으로 확인됐다.

<대화에 충격 줄 통합 회피>
김 총재의 진로구상과 관련지을 수는 없겠지만 통일당과의 통합작업은 완전 백지화돼 진전이 없는 상태.
통합은 당 대회의 위임이 명시돼 있어야 한다는 선관위 해석에도 불구하고 김 총재는 『합당을 위한 전당대회를 소집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고 이런 발언에서도 김 총재의 「의중」을 헤아려 볼 수 있다.
『당초 정치적 통합에 의견이 모아진 것이나 흡수통합을 반대한다면 문제가 다르다』는 것이 김 총재의 설명.
통합작업이 진행된 이후 당내에서의 통합반대 움직임, 통일당이 흡수 아닌 1대1의 통합요구 등을 해옴으로써 통합에 큰 장애요인이 돼 왔다.
통합작업은 윤보선·김대중씨 등이 산파역을 맡았던 만큼 통합의 무산으로 두 김씨 관계는 서먹서먹해질 수 있거나 멀어질 수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상 김 총재는 면담 이후 통합이나 야당진로 문제와 관련해 윤씨나 김대중씨를 만난 일이 없다. 김대중씨 쪽에서는 신민당 노선시비에 입을 다물고 있으나 불만을 표시할 수 있는 소지는 있다는 것 같다.

<여선 안보관 일치에 만족>
청와대 요담 후 야당 동태를 주시해온 여당은 김 총재의 회견에서 안보관이 강조되었다고 보고 안도하는 기색이다.
공화당의 김용태 총무도 『회견내용이 종전과는 판이하게 긍정적인 것』이라고 평가.
여당 쪽에서는 김 총재가 신민당 노선의 90%이상을 좌우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으며 이점에서 김 총재의 회견내용을 중시했던 것이 사실이다.
김 총재가 당 노선을 「공격」아닌 「대화」로 설정한 것은 「적의」에서 「우호」로 선회하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기조」를 어떻게 유지·발전시키느냐가 여당의 과제라고 간부들은 말하기도 한다.
여당은 이른바 거국 체제까지에는 3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첫 단계가 현실인정, 제92회 임시국회에서의 안보결의, 박대통령과 김 신민당 총재간의 면담 등을 현실인정 단계로 여당에서는 간주하는 부분.
두 번째 단계가 「케이스」별 협조. 여당은 바로 이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고 야당과의 다각접촉, 협조활동의 창출에 머리를 짜내는 상태다.
종국적으로 완전한 시국관의 일치에 이르면 거국체제가 온다고 보고있다. 반대당 아닌 「우당」으로의 발전, 공존과 야당의 입각, 협의체제구축 등은 이 단계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활동목표가 되어있다.
어쨌든 안보관의 일치를 배경으로 한 대화정치가 장기정국과 어떤 함수관계를 맺고 있는지는 「면담」내용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 현재 상황으로는 전연 점칠 수가 없다. <김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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