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의 트렌드 노트] 신발도 같은 건 싫어…'짝짝이'의 반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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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시대다. 자신이 입고 신는 패션에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들을 ‘자신만의 색깔이 있다’ 인정해주는 시선도 늘었다. 중요한 것은 ‘남과 다른 나’이고 그것이 바로 개성을 갖는 첫 번째 스텝이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캐주얼 신발 브랜드 캠퍼는 독특한 개성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25년 전부터 양쪽이 다르게 디자인 된 ‘비대칭 신발’을 선보이고 있다. 한 날 한시에 태어났지만 생김새도 개성도 조금씩 다른 이란성 쌍둥이처럼 오른쪽과 왼쪽이 다르게 디자인 된 신발 ‘트윈스’다.

25년 전 캠퍼의 창립자 로렌조 플룩사는 철학적 의문을 가졌다. 왜 꼭 신발은 오른쪽, 왼쪽의 디자인이 같아야 할까? 사람을 정면에서만 보는 건 아니다. 내 오른쪽에 선 사람은 나의 오른쪽 면을, 왼쪽에 선 사람은 왼쪽 면부터 본다. 한 사람에게 여러 면의 다양성이 존재하듯 신발에도 다각적인 시선이 가능하다면 어떨까. 4대째 가업으로 신발을 만들어 오던 플룩사는 “가장 완벽한 한 쌍의 신발을 만들고 싶었다”고도 말했다. 트윈스는 퍼즐을 맞추듯 오른쪽과 왼쪽이 조화를 이뤄야만 하나의 그림이 ‘완성’된다.

캠퍼는 지난 25년 동안 스페인이 자랑하는 미술가 호안 미로를 비롯해 주앙 가티, 안톤 베이커, 버나드 윌헴 등 미술과 디자인계에서 독특한 개성으로 주목받는 작가들과 1년에 두 차례씩 협업하고 있다.

처음엔 이 반항적인(?) 신발에 당황하던 사람들도 점차 소장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캠퍼 코리아의 박경숙 홍보팀장은 “한국에는 10년 전 처음 소개됐는데 볼수록 재밌게 느껴지는 디자인 때문에 꾸준히 고객이 늘고 있다”며 “오히려 더 센 디자인은 없느냐고 묻는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올봄 선보인 트윈스 라인은 좀 더 경쾌하고 가벼워졌다. 주요 소재를 가죽에서 천으로 바꿨다. 대신 브랜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알록달록 원색 가죽은 끈, 뒤축 등 섬세한 디테일을 표현하는 데 사용됐다. 덕분에 가격이 20만 원대로 내렸다. 젊은 층에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다.

그렇다면 한눈에 봐도 평범치 않게 알록달록 튀는 신발은 어떻게 양말과 옷을 어떻게 맞춰 입어야 할까. 스타일리스트 이한욱씨는 “어떤 패션이든 맨살에 걸쳤을 때가 가장 자연스럽다”며 “튀는 디자인의 신발일수록 양말 없이 맨발로 신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 반대도 가능하다. 이씨는 “상하의를 부드러운 파스텔 톤 또는 베이지 같은 내추럴 컬러로 입은 다음 원색 또는 튀는 무늬의 양말을 신어서 시선을 아예 발쪽으로 집중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주말 소풍 길, 형형색색 꽃길을 걸을 때 이보다 더 좋은 조합은 없을 듯싶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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