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외국인 본격 매수 나서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 19일 국내 증시에서 7일(거래일기준)만에 순매수로 돌아선 뒤 이라크전이 시작된 20일에도 매수 우위를 보이자 증권가에선 외국인의 매수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선 2001년 아프가니스탄전이 발발한 이후 외국인이 거액을 순매수하며 반등장을 이끌어 한달 만에 주가 지수가 급등했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국에 대해 투자 비중을 축소한다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어 외국인의 매수세가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가 아직은 섣부르다는 지적도 있다.

20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전이 발발한 2001년 10월 8일 496.13이었던 종합주가지수는 한달 뒤 562.03으로 13.28%나 올랐다.

이 기간에 개인과 기관이 각각 8천2백억원대와 2천2백억원대의 순매도를 나타낸 반면 외국인은 1조7천여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기관과 개인은 매도 우위였지만 외국인이 '사자'에 나서며 3천1백여억원을 순매수해 지수 폭등(22.6%)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조만간 외국인들의 순매수세가 주가 상승을 주도하면서 국내 증시가 회복될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측이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20일 메릴린치 증권은 북핵 문제.기업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 축소' 의견이 단기간 내에 전환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라크전 발발로 대외적인 불확실성의 변수가 한가지 해소되긴 했지만 대내적인 불안요인은 여전하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한국 증시에서 순매도를 보인 외국인이 대만 증시에서 순매수를 늘리고 있다는 사실이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불안감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9일까지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8천21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대만에서는 9천8백14억원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북핵 문제와 카드채 부실.기업회계 투명성 문제 등으로 인해 외국인이 대만을 더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외국인들이 대만에서 주로 정보기술(IT)주에 투자하고 있는 것을 볼 때 한국에서도 IT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의 김성주 연구위원은 " 아프가니스탄전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 한국의 대내적 요인이 크게 나빠져 있다"며 "'셀코리아' 상황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당분간 외국인이 매수세로 전환하기보다 대기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