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의 온상…「고고·클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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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화마에 휩쓸린 대왕「코너」 「브라운·호텔」화재사건을 계기로 보면 「고고·클럽」은 여전히 미성숙 세대들의 「타락의 온상」이었음이 실증되고도 남았다. 현재 서울시내 44개「호텔」중 「나이트·클럽」으로 「고고」 영업을 하는 곳은 모두 28개.
번갯불처럼 어둠을 가르는 환각조명, 귀청을 쨀 듯 한 「사이키델릭·뮤직」 속에 철야 광란하는 남녀의 율동은 청소년들을 가늠 못할 밤의 길로 몰아넣기까지 한다.
원래 「나이트·클럽」으로 허가된 이들 「호텔」부대시설은 대체로 하오11시부터 「고고·클럽」으로 둔갑, 5∼6인조 「캄보·밴드」의 「고고·뮤직」속에 밤의 환락을 「피크」로 몰아간다.
원래는 외국관광객에 한해 받도록 돼 있으나 어디나 손님 중 남자는 대부분20대 장발족이고 동반여자도 「호스티스」를 제외하면 직장여성이거나 단발을 가발로 감춘 20대 여자들이 대다수.
얼굴을 분간키 어려운 조명아래 귀청을 찢는 금속성과 함께 「정글」의 북소리, 금지된 환각조명이 「홀」을 가르면 곰의 몸짓, 원숭이의 춤, 황소걸음 등 저마다의 몸짓이 흐느적거리기 시작한다.
자정에 「호텔」 정문의 철제 「셔터」가 내려지고 외계와 단절되고 서부터 밤의 열기는 더하기 시작한다.
남과 여. 여와 여끼리 어울려 발을 구르고 발바닥을 비벼대기도 하고 누구의 몸짓이 보다 원시적인가 겨루기라도 하는 듯 모두의 얼굴은 백치가 되는 순간이다.
특히 변두리의 「고고·클럽」은 10대 소녀들까지 침범한다. 같은 또래의 낙방생들과 다방출입을 하다가 「고고·파티」 전문 남성들과 인연을 맺어 「고고」광이 되기도 하고 일부 대학생사이엔 「고고·미팅」까지 성행하기도 한다.
상오 1시는 「고고·클럽」의 「클라이맥스」-. 이때부터 「고고·리듬」과 「블루스」가 번갈아 연주되며 한 곡이라도 덜 추면 손해라는 듯 「테이블」을 잊고 쉴새없이 흔들고 부둥켜안는다.
또한 이맘때면 「체인징·파트너」마저 자연스럽게 이뤄지기도 해 새 「파트너」를 찾아 「테이블」을 옮겨 다니는 모습도 보이기 시작한다.
체면과 이성이 마비된 「무드」는 상오 2시와 3시를 넘기며 「스텝」도 없이 「블루스·리듬」에 육신을 맞비비다가 파장이 된다.
이어 상오4시 통금해제와 함께 밤의 비밀을 지켜준 「호텔」의 「셔터」가 올라가면 「고고」 남녀들은 청진동 해장국집과 명동 K다방·충무로2가 S다방 등 새벽 「코피」집에서 피로를 푸는 등 서울의 새 풍속도마저 만들어낸다. <신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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