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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무기수, 이번엔 법정살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7일 하오4시35분쯤 서울지법 영등포지원 제1호 법정에서 협박죄로 추가 기소 되 서 재판을 받던 무기수 임병석 피고인(34)이 증인으로 나온 옛 애인 이 모양(25)의 아버지 이원호씨(48·경기도 평택군 고덕면 해창리)를 왼쪽 양말 속에 숨겨 가지고 있던 길이 30㎝가량의 줄칼로 찔러 숨지게 했다. 범행 후 임은 지원 뒷담을 넘어 인근 경동산업사 변소에 숨어 뒤쫓아온 경찰·교도관들과 1시간동안 대치하다 하오5시30분쯤 잡혔다.
임은 72년10월 2년간 사귀어 온 애인 이양의 가족들이 결혼을 반대하는데 앙심을 품고 이양 어머니 방금석씨(47)를 때려 폭행혐의로 수원교도소에서 6개월간 복역한 뒤 출감, 이튿날인 73년4월22일 이양 집에 찾아가 이양의 외할머니 손부길씨(67)를 도끼로 살해한 뒤 어머니 방씨와 동생 설 모양(20)에게도 중상을 입혀 살인죄로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기, 대법원에서 다시 무기형을 확정 받고 안양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임은 복역 중 이양 가족에게『출소 후 가족을 몰살시키겠다』라는 내용의 협박편지를 10여 차례 보냈다 하여 협박죄로 추가 기소, 이날 하오2시부터 송기방 판사심리 이태창 검사 관여로 재판을 받던 중이었고 이씨는 검찰측 증인으로 공판정에 나왔었다.
사건당시 법정 안에는 15명의 피고인들이 교도관7명의 감시하에 재판을 받았고 30여명의 방청객이 있었다.
수형번호 4359인 임은 증인심문이 끝난 4시40분쯤 문제가 된 협박편지에 대해『내가 보낸 편지가 아니다. 필적이 다르다』면서 소란을 피우자 증인석의 이씨가 『교도소에서 나온 네 친구가 우리 집에 협박편지를 전달했다』고 말하는 순간 왼쪽 양말 속에 숨겨 두었던 줄칼을 꺼내 들고 법대출입문으로 뛰어들어 난동, 이 검사와 송 판사는 법정 밖으로, 김동호 입회서기는 합의 실로 각각 피신했다.
이어 임은 법정 구석에 숨어 있는 이씨에게 쫓아가 가슴과 등 3곳을 찔러 숨지게 한 다음 1m20㎝가량의 지원 뒷담을 넘어 경동산업 화장실 안에 숨어 포위한 경찰·예비군 등 50여명과 대치했으나 1시간만에 검거됐다.
범인임은 지난14일 하오3시쯤 안양교도소 내 철공장에서 작업 중 주운 줄칼 양쪽에 날을 세워 칼을 만든 뒤 이날 법정에 출두하면서 왼쪽 양말 속에 숨겨 들어 왔다고 했다.
임은 고아로 자라 평택군 송탄 지서에서 사환으로 일하다 71년부터 「택시」운전사로 일해 온 세 딸의 아버지로 미혼을 가장, 이양과 72년3월부터 송탄읍에 셋방을 얻어 동거생활을 시작했으나 성격이 거친 임이 자주 매질을 하자 이씨 집에서 결혼을 반대하며 푸대접해 왔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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