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한 가정하의 총 자원 예산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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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제 기획원은 GNP 성장률 8%, 물의 상승율 15%를 추구할 75년도 총자원 예산안을 마련했다.
오늘의 국제 경제동향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자신있는 평가를 전제로 하지않는 한 국내 정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이냐를 구체적으로 확정시키 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 자원 예산안을 팔 수 있었다면 그것은 대??한 가정하에 이루어졌으리라고 판단되는데, 바로 그 가정의 타당성 여하에 따라서는 국내 정책을 크게 그르칠 요소가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물론 국제 경제 동향에 대한 오산의 가능성이 크다고 해도 해마다 짜오던 총 자원 예산안을 짜지 않을 수 없는 고충이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일단 짜놓은 총 자원 예산안에 걸려서 후일의 정책 조정이 어려워지는 행정상의 애로가 없을 수 없다는 사실도 함께 조처할 때, 지나친 가정에 의존해서 총 자원 예산안을 성급히 짜버리는 것보다는 시간이 좀 걸린다 하더라도 보다 깊은 분석을 거쳐 이를 확정시키는 것이 옳을 줄로 안다.
우선 우리의 무역 의존도나 특히 대미·일 경제에 대한 편중성을 고려할 때 적어도 미국 및 일본의 75년도 자체 예측 결과가 공식으로 나올 때까지는 우리의 총 자원 예산안 편성을 보류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해마다 4·4분기에 이르면 국제 기구를 위시해서 각국 정부는 세계 경제에 대한 예측을 전제로 자국 경제를 예측하는 것이 관례이므로, 우리의 경우 국제 경제에 대한 독자적 예측 능력이 적은 것이 사실이라 한다면, 4·4분기 이후에 그 결과를 보고서 국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보다 선명한 것이 아니겠는가.
다음으로 국제 경제가 내년에 호전될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오히려 더 불안하게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차차 우세해지고 있는 것이 요즘의 실정이다. 그렇다면 지금 희망적인 가정을 전제로 해서 우리의 국제수지를 계획한다면 그 때문에 파생되는 차질의 폭이 매우 클 수 있다는 점을 외면해서는 아니된다. 그러므로 지금 꼭 총자원 예산안을 짜야할 필요성이 있다면 가장 소극적인 국제수지 전망을 전제로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또 지금 국내적으로 심화하고 있는 불황과 실업율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이며, 그를 위해 금리·환율 등 정책변수를 어떻게 조정할것이냐를 결정하지 않고 75년도 경제를 이끌어나갈 수 있느냐를 생각해야할 것이다. 당연히 관례에 따라서 총 자원 예산안을 짜는 것은 결코 적절치 못한 것이다.
만일 지금의 모순을 조정하지 않아도 좋다면 모르거니와 이를 불가피하게 조정해야 하는 것이라면 총 자원 예산안은 서둘러 짜야할 이유가 없다.
물론, 이들 정책 변수 조정을 전제로 해서도 국제수지·국내 저축율 등을 계획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면 납득되지 않는 점이 너무나 많게 된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가령예를 들어 물가 상승율을 15%로 잡은 것은 환율 등 추가적인 물가 요인이 없는 것으로 가정해도 실현되기 어려운 수준임을 부인할 수 없지 않은가.
또 실업율의 증가를 예상하면서 불황 속에서 국내 저축율이 올해보다 2·5%「포인트」나 높아진다고 가정하는 것은 설명키 어려운 항목이다.
요컨대 실업이 늘어난다는 가정이라면 저축율이 떨어지고 그 때문에 성장율을 오히려 둔화되어야만 물가 상승율이 15%선에서 억제되는 것이 아니겠느냐하는 반문을 총 자원 예산안은 설명할 수 없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수출 둔화에 따른 불황을 타개키 위해서 환율을 연내 또는 75년 중에 조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 물가 상승율은 과소 평가한 것이 아니냐는 반문을 총 자원 예산안은 또한 설명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지금의 내외 경제 동향으로 보아 총 자원 예산안을 서둘러 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을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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