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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대불구 美軍 후방이동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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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 국방부 고위관리가 18일 밝힌 미2사단의 한강 이남 재배치 등은 한.미동맹과 관련된 주요 현안에 대한 미국의 속내를 드러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고위관리의 입장은 다음달 한.미 국방당국 간에 시작될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협의'에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 요구하면 철수한다"=고위관리는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의 철수를 요구한다면 그것은 곧 한국민의 뜻이므로 미군은 내일이라도 철수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유사한 말을 한 적은 있으나, 미 정부의 고위관리가 공개적으로 철수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 발언은 한국 내 상황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에서 반미감정이 고조된 뒤 미 정부 관계자들은 노골적으로 섭섭함을 드러냈고, 워싱턴 일각에서는 "구태여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철수론까지 제기됐었다.

따라서 이 고위관리의 발언은 노무현(盧武鉉) 정부를 겨냥, 확실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우리 정부는 균형잡히고 대등한 한.미관계를 강조하면서도 주한미군 철수와 감축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계철선 의미없다"=미 고위관리는 "인계철선은 20~30년 전에나 적용되던 얘기다. 미군이 먼저 죽는 것을 전제로 방어가 시작되는 말이지만 그 단어가 더이상 사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재배치가 완료된 뒤에도 북한이 한국을 침공할 경우 우리는 자동으로 전쟁에 개입한다"고 강조하면서다.

그는 "북한이 오산.평택의 미군기지를 공격하지 않을 리 없고, 전쟁 개시 1분 내에 노동미사일의 표적이 될 것"이라며 "(미군이 후방에 있더라도)자동개입이나 안보보장엔 달라지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동두천 일대에 주둔하고 있는 미2사단을 한강 이남으로 재배치하겠다는 미 정부의 입장이 확고해진 게 발언의 배경인 듯하다. 그동안 정부는 미2사단이 비무장지대 일원에 배치된 북한의 야포와 장사정포 등의 사정거리 내에 있고, 공격 축선상에 위치해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인계철선 역할을 한다고 판단해 미2사단의 한강 이남 재배치에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상당수 군사전문가들은 "남한 전역이 북한 미사일의 사정거리에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인계철선은 의미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앞으로의 한.미 간 협의에서 미2사단 한강 이남 재배치 논의는 기존의 인계철선 개념에 얽매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속한 용산기지 이전 바란다"=이 고위관리는 "몇달 안에 (용산기지)이전 장소를 선택하고 병력이동을 시작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한.미 군당국은 올 연말까지 이전을 위한 상세계획을 마련키로 합의했는데,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당초 5~10년쯤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 용산기지 이전 사업은 빠르게 진척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는 전시작전권 환수와 관련, "현 지휘체계에 매우 만족하고 있고 그것을 변화시키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우리 정부도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키로 내부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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