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킬로이, 사랑에도 때와 장소가 있다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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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로리 매킬로이(오른쪽)가 지난 2일 오메가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약혼녀 캐럴라인 보즈니아키(왼쪽 끝)가 보는 가운데 샷을 날리고 있다. [두바이 로이터=뉴시스]

‘일할 때는 여자친구를 데려오지 마라’. 로리 매킬로이(24·북아일랜드)가 이 격언을 지키지 않아 우승을 놓쳤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2일 끝난 유러피언 투어 오메가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마지막 라운드. 챔피언조에서 우승 경쟁을 하고 있는 매킬로이가 10번 홀에 들어섰을 때 그의 약혼녀인 캐럴라인 보즈니아키(24·덴마크)가 슬그머니 로프 안으로 들어왔다. 골프장에 쳐 놓은 로프는 경기 구역과 갤러리 구역을 구분한다. 보즈니아키는 경기 구역을 침범한 셈이다.

 매킬로이도 거물이고 보즈니아키도 테니스 세계랭킹 1위를 한 유명인이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은 물론 갤러리도 그러려니 했다. 보즈니아키가 매킬로이를 따라 경기 구역으로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13년 도이체방크 클래식에서 매킬로이가 티샷을 하는 동안 보즈니아키는 티잉그라운드에서 엎드려 팔운동을 하다가 사진에 찍힌 적이 있다. 둘은 티샷을 할 때도 딱 달라붙어 있어서 보즈니아키가 드라이버에 머리를 맞을 뻔한 일도 있다.

 보즈니아키는 긴장한 약혼자를 응원하기 위해 밀담을 나누며 함께 걸어 다녔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매킬로이는 약혼자가 오자마자 보기를 했다. 10번 홀은 짧은 파 5로 가장 쉬운 홀로 꼽히며, 장타자인 매킬로이로서는 이글을 노릴 수 있는 홀이었다. 매킬로이는 다음 홀에서도 보기를 하는 등 여자친구와 함께하자마자 4개 홀에서 보기 3개를 했다.

 미국과 영국의 언론은 “보즈니아키가 세리나 윌리엄스와 테니스 경기 도중 남자친구와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며 “테니스에서처럼 골프에서도 경기를 방해하면 안 된다”고 했고, 네티즌들은 “매킬로이가 여자친구와의 잡담이 아니라 경기에 집중했다면 우승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벌타를 받을 소지도 있었다. 캐디가 아닌 사람이 스윙이나 그린의 경사 등에 대해 선수에게 조언을 하면 벌타다. 너무 많은 얘기를 하다 보면 경기에 대해 무심코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매킬로이는 2주 전 아부다비 챔피언십에서 룰을 잘 몰라 2벌타를 받으면서 1타 차로 우승을 놓쳤다. 2경기 연속 우승 기회를 잡았다가 모두 자신의 실수로 놓친 것이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프로 경기 중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와 대화를 하는 스포츠는 없다. 골프에선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없다. 에티켓 사항이다. 타이거 우즈의 전 부인 엘린 노르데그렌과 현 여자친구인 스키선수 린지 본은 골프장을 자주 찾았지만 로프 밖에서만 머물렀다. 부인이나 여자친구가 로프 안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라이더컵이나 프레지던츠컵에서만 관행으로 허용된다. 팀 경기이고 모두 한 가족이라는 의미에서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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