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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살 많고 맛 좋기로 첫 손가락 「영덕대게」가 사라져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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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른봄의 미각 영덕대게가 사라져간다.
『영덕대게 사이소』-.
대바구니 가득히 작은 솥뚜껑만한 게를 담아 골목길을 가르던 계절의 풍물시도 이젠 옛말. 낭랑한 외침도, 행상의 발걸음도 끊인지 오래다.
영덕의 명물 대게는 몸통의 직경이 20㎝, 마리 한짝의 길이가 30㎝나 되는 초대형. 꽃게·농게·도적게 등 갑각류 게종 중 살이 많고 맛좋기로 첫손가락에 꼽혔다.
그러나 지난겨울 산지인 영덕 강구항과 축산항에 올라온 게는 모두 1∼2년짜리의 방게가 고작으로 3∼5년짜리 큰 것은 자취를 감추다시피 됐다.
영덕대게가 자취를 감춘 것은 수자원 보호령 11조로 금지된 방게(암놈)를 남획한데다 어로장비가 원시성을 벗어나지 못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안 15「마일」의 전관수역과 공동규제 수역 안에서 자라는 대게는 최신 어로장비를 갖춘 일본어선들에 의해 대량으로 잡히고 있으나 우리측 어선들은 장비가 떨어져 보고도 잡지 못하는 형편이라는 것.
이 때문에 대게의 수획량은 많이 떨어져 연간 고작 50t정도.
몇몇 회사는 이미 수출을 포기했고 대양물산 등만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
영덕군은 자원고갈에 따라 올해 대게의 어획목표를 지난해보다 10여t이 준 42t으로 책정, 결국 영덕의 명물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영덕 일원의 풍물시 『대게 사이소』의 외침은 어느새 『방게 사이소』로 바뀌었다.
『한밤에 솥뚜껑을 열어놓고 자면 솥 가득히 대게가 차있다』던 영덕의 옛이야기도 전설이 되고 있다. <포항=정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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