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라지오 vs 쿠오모 '부자 증세'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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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뉴욕시와 뉴욕주 사이에 세금 전쟁이 불붙었다.

 뉴욕시의 빌 더블라지오 신임 시장은 올해 미국에서 가장 논쟁적인 세금 인상을 추진한다. 뉴욕시 상위 1%에 대한 시 소득세를 3.876%에서 4.41%로 높이려 한다. 부자 증세로 돈을 거둬 무상 종일 유아원을 전면 실시한다는 것이다.

 더블라지오의 부자 증세는 주 의회와 주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실현 가능하다. 그러나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21일(현지시간) 예산 연설에서 “최상위 계층에 대한 세금 인상 없이 무상 유아원을 확대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수년간 주 정부 지출을 줄이면 세금을 올리지 않고도 무상 유아원을 늘리기 위한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그러자 더블라지오는 기자회견에서 곧바로 “주지사의 제안은 고무적이긴 하지만 우리 의도와는 다르다”면서 “부자 증세는 (지난해) 시장 선거에서 나의 넘버 원 공약이었다”고 되받아쳤다. 같은 민주당인 주지사와 시장 사이에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셈이다. 쿠오모 측은 더블라지오가 대중에 영합하는 접근 방식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더블라지오 측은 쿠오모의 계획이 재원 마련에 불충분하다고 날을 세운다.

 두 사람의 세금 전쟁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지난해 뉴욕시장 선거에서 무명이었던 더블라지오는 부자증세를 앞세워 민주당 좌파를 열광시키며 일약 ‘진보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반면에 쿠오모는 자타가 공인하는 민주당 중도파다. 쿠오모는 그동안 감세 정책을 비롯해 기업 친화적 정책으로 공화당 성향의 유권자들로부터도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이달 초 신년 연설에서도 재산세와 법인세 감면을 맨 위에 내세웠을 정도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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