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지는 새마을사업의 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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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마을운동의 본질은 한마디로 지역사회개발사업의 원리에 따르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개발을 통해 민중의 자발적인 욕구에 터잡아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보다 잘 살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농촌의 지붕개량도, 농로확장도, 새마을회관의 건립도, 그리고 퇴비증산운동의 추진이나 유휴 지의 개간·농촌전화·환경정리사업 등도 모두 지역사회와 그 구성원들의 보다 잘 살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거나 농촌경제에 도리어 부담을 안겨주는 것이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종래 추진된 새마을운동은 자칫 그 본질에서 빗나가는 것이 있었다. 이를테면 가옥구조상 지붕개량이 도저히 불가능한 상태에 있는데도 겉모양만의 지붕개량으로 마치 새마을운동이 잘 추진되고 성과가 있는 양 전시되는 경우가 있었는가 하면, 지붕개량 때문에 당 장의 영농대금을 축내고 과중한 부채까지 짊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웃마을이 새마을회관을 세우니까 그 용도와 목적조차 뚜렷치 않으면서 우리도 새마을회관을 짓겠다는 식의 사업을 벌인 것도 요는 새마을운동의 본질을 벗어난 예가 될 것이다. 새마을회관의 건립은 그것대로 지역사회개발을 위해 실용적인 구실을 다할 수 있을 때 필요한 것이지, 구체적인 필요성이나 용도를 갖지 않을 때, 또는 그 건물을 지어놓고서도 사용할 줄을 모를 때 그것은 투자자원의 낭비밖에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새마을회관의 경우에만 한한 것이 아니다. 농로개설이나 확장은 물론, 모든 새마을사업계획의 경우가 마찬가지이며, 도시 지향적인 여러 가지 억지환경정리사업도 그 예외일 수 없다.
이러한 빗나간 새마을운동은 새마을운동을 외형적인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겉모양을 꾸미는 것으로 새마을운동의 성과를 과시하려는 잔꾀마저 부리는 것이다. 새마을운동이 퇴비증산운동을 벌이는 것까지는 좋으나 증산된 퇴비를 사용지 가까운 여러 곳이 아니라 전시효과가 좋은 한 곳에 일부러 쌓아 모아두는 것도 그 비근한 한 예가 될 것이다. 그야말로 비능률적이고 불합리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새마을운동이 비능률적이고 불합리하게, 그리고 투자자원의 낭비를 가져오고, 농가에 부담의 증가를 가져오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지역사회와 그 구성원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처음부터 그러한 일을 하지 않는 것만도 같지 못한 길을 걷고 있는 셈이 된다.
이런 뜻에서 올해 연두 순시 길에 나선 박대통령이 각지방에서 새마을사업을 소득증대사업에 직결하도록 강조하고, 새마을운동을 한다하여 빚을 지는 일과 같은 잘못은 단호히 시정하도록 지시한 것은 정문의 일침이라 할 것이다. 또 이와 관련하여 산지개간을 한다면서 무턱대고 경관을 망치는 사업추진방식을 나무란 것도 깊이 새겨들어야 할 일이라 하겠다. 사실, 그때그때 상태에 보고하기 위해서 또는 외형만의 전시효과를 위해 서둘러댄 운동은 결코 주민들의 이익이나 복지와 합치 될 수가 없다. 모든 새마을 사업은 농촌의 소득이 증대한 결과로서 이루어져야한다는 것을 투철하게 인식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재언 하거니와 지금 우리의 실정으로서는 당 장의 소득증대를 위한 사업만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마을운동이 무엇보다도 생산과 결부되는 것이어야 하며, 설령 그것이 사회 간접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생산적인 사업에 우선 순위가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업들은 오직 주민들의 자발적인 발기에 의해서 추진되었을 때에만, 비로소 새마을사업 본래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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