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부정축재의 환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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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국적으로 단행되고 있는 이번 공무원 숙정 작업은 그 범위가 거의 모든 부처에 걸치고 있어 행정의 폭이 전례 없이 넓고 조용한 가운데 의원면직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생계비에도 미달하는 월급을 받아 식생활에도 곤경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사치를 극한 생활을 누림으로써 국물 있는 자리와 그렇지 못한 자리사이의 불균형이 한 부내에서조차 항상 말썽이 되어 왔었다. 뒤늦었으나 이제 이러한 불균형을 깨뜨릴 계기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대다수 공무원들은 나라를 위하여 일하는 보람 때문에 불철주야하고 일하고 있는 터에 몇 몇 부패공무원이 도박이다, 요정이다 하여 공무원 전체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일이 허다하였다. 이번 숙정으로 평소에 지탄을 받고 있던 공무원들이 완전 도태되어 공무원사회의 명예를 회복할 것인가. 이들 몇몇 부정공무원들의 재산은 엄청나 개중에는 몇억이나 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이들 공무원이 모은 부정축재의 환수는 이번 기회에 실천될 것인가. 어떤 방법으로 부정축재를 환수할 것이냐 하는 방법론도 문제다. 5·16직후 혁명정부는 부하축재처리법과 부정축재환수처리법을 만들어 공무원·정당 원 또는 국가요직에 있던 자로서 그 지위나 권력을 이용하여 국가재산을 갈취하거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총액 5천 만원(5백만원)상당이상의 재산을 취득 축적한 경우에는 이를 국고로 환수하게 한 선례는 있다.
그러나 이 법은 소급 적으로 53년 7윌1일 이후 61년 5월15일까지에 부정축재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5·16이후의 부정축재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무슨 사건에 의하든 또 다시 소급법의 제정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요, 또「유신」헌법도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의 박탈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는『부정공무원의 축재에 대해서는 증거가 포착되면 현행세법으로 각종 세금을 부과해서 엄중히 처리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부정축재를 한 공무원들의 수법은 교묘하여 과연 그 증거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만약에 부정의 증거가 드러나면 세법에 의한 것이 아니라, 형법에 의하여 몰수하거나 추징을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세법에 호소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현재 숙정 대상이 되고 있는 공무원은 증거가 포착된 공무원보다는 보수이상의 호화사치생활을 하는 사람이라고 전하는데 이들에 대하여 세법을 적용하려고 하는 것은 증여세라든가 부동산투기억제 세라든가 기타 취득세 등 세금을 부과하려는 것인 만큼 이로써 적정한 환수조치가 가능할 것인지 부 터가 의아스럽다.
정부로서는 부정축재공무원으로 하여금 기소·처벌·몰수를 택할 것이냐 아니면 불기소·재산자진헌납을 택할 것이냐를 스스로 선택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직으로 있을 때에는 강력한 공무원들도 퇴직하면 허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자진 헌납하는 방법이 오히려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표적 부정축재공무원은 원칙적으로 기소하여 부정재산을 몰수하고 국고로 환수 처리하게 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범법행위로 인한 축재는 결코 그나 그의 가족을 위하여 이용될 수 없으며 국고로 환수될 뿐이라는 것을 명백히 하여야만 비로소 공무원의 부정축재행위는 근절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부정공무원의 숙정 작업이 전래의 부조리를 제거하는 데에 그치지 말고 앞으로의 부조리를 사전에 예방하는데 보다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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