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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과 좌절감 속 충동적 범행|올 들어 검거된 강력범 42건…동기분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끔찍한 강력 범죄의 동기는 절실한 욕구불만과 함께 우발적으로 저질러지고 있다. 새해에 들면서 꼬리를 물고있는 강력 사건의 대부분이 청소년들의 현실에 대한 좌절간과 갈등 때문에 빚어지는 것으로 분석돼 경찰의 함만으로는 예방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올 들어 전국에서 발생한 58건(1월 10일 현재)의 살인·강도 등 강력 사건 가운데 경찰이 검거한 42건의 범행동기를 분석한 결과 빈곤과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갈등 때문에 충격적으로 빚어진 범행이 약7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면서 드러났다.

<사진관 강도조작>
지난 7일 하오 서울 종로6가 동대문사진관에서 있은 종업원강도 조작사건의 경우 범인 김 모군(17)은 어려운 환경에서 3년 동안 애써 모았던 6만5천 원이 든 저금동장을 도난 당한 끝에 허무감에 빠지는 한편 자립을 위한 장사밑천을 장만하려고 순간적으로 강도를 가장, 주인집 금품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김 군은 유복자로 태어난 5형제의 막내. 6세 때 어머니마저 여의고 14세까지 형 밑에서 연탄을 찍으며 살아오다 지난 71년 9월 조카뻘 되는 공범 김명환(20)과 함께 일자리를 구하러 고향인 강원도 삼척에서 무작정 상경했다.
김 군은 처음 홍제동 산 위의 무허가 공장에서 한 달에 3천 원을 받고 음식배달·통 만드는 일을 해오다 공장이 망하는 바람에 그나마 4개월만에 실직을 했다.
김 군은 이때부터 을지로2가 일대에서 구두닦이를 해왔으나 번 돈은 거의 모두를「왕초」에게 뜯기고 툭하면 돈을 적게 벌어들인다고 매만 맞는 생활을 해왔다.
이때 사진관에 취직해 있던 공범 김명환의 소개로 사진관에 취직, 그 동안 4군데 사진관을 전전하며 성실히 일해온 끝에 흑백사진에 색칠을 하는「오일·칼라」의 기술을 체득, 월급7천 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김 군은 하숙방도 없이 사진관에서 자고「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오직 자립해 보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해 그 동안 6만5천 원을 저축했다.
김 군은 땀흘려 모았던 이 돈을 저금했으나 지난해 10월 29일 왕십리 J사진관에 있을 때 저금통장을 사진관 안에서 누군가가 훔쳐가 버렸다. 그 뒤 동대문사진관에 조수로 다시 취직했었으나 한꺼번에 잃고만 피땀의 대가를 충당할 길이 없었다. 이때 김 군의 머리를 순간적으로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캐비넷」속에 든 주인의 계돈이었다. 김 군은 13만원 어치를 훔쳤다가 끝내 범행이 발각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강도 등 혐의로 구속, 자립의 꿈은 깨지고 말았다.


지난 10일 하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6가95 삼성TV「센터」에서 종업원을 목 졸라 죽이고 TV2대를 훔쳐 달아났던 최상현(22)의 경우 3년 전에 결핵에 걸려 병세가 갈수록 악화돼갔으나 약값을 마련한 길이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
최는 무직인 부모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생 4명을 데리고 구두닦이·신문팔이 등으로 돈을 벌려 해보았으나 가족을 먹여 살리고 약값을 댈 수가 없었다고 경찰에서 범행동기를 말했다.

<성내동 강도>
지난 8일 하오4시45분쯤 김영례씨(여·63·성동구 성내동220의8)집에 들어가 현금5만원을 뺏어 달아났던 임순택(21)의 경우 지난 1일 전북 고창에서 구직 차 상경했으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데다 갖고 상경했던 1만여 원의 돈마저 떨어져 숙식비를 마련키 위해 궁리하다가 대문이 열려있는 김 노파 집에 들어가 범행했다고 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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