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해석에 이끌린 종전 동의-중동휴전 발효의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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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김영희특파원】미·소가 제안, 「유엔」안보리가 22일 아침 채택한 중동휴전 결의안에는 미국과 소련, 「이스라엘」과 「아랍」측이 각각 한 발짝씩 양보한 흔적이 뚜렷하다.
안보리 결의안 내용 제1항은 참전 각국이 현 위치에서 전투행위를 중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것은 미국이 10월6일 이전의 위치로 돌아가는 휴전을 제창한 10월8일 안보리 성명의 철회를 의미하는 반면 소련은 67년6일 전쟁 이전의 위치로 돌아가는 휴전이어야 한다는 종전의 입장을 굽히고 현 위치 휴전을 받아들인 것이 된다.
직접 당사자인 「아랍」과「이스라엘」도 각각 한 점씩 따고, 한 점씩 잃고 있다.
안보리 결의안 내용 제3항이 중동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협상을 강조한 것은 「아랍」과의 직접협상을 주장해 온 「이스라엘」입장에 보다 접근한 것이다.
그러나 같은 3항이 『휴전과 동시에』협상을 하라고 규정한 것은 「아랍」입장의 강력한 반영임에 틀림없다.
「아랍」측은 총성이 멈춘 뒤의 협상과 결부되지 않는 휴전은 수락하려 하지 않았다. 「모스크바」협정 제2항의 열쇠는 67년 안보리 결의안 242호의 모호한 성격 그것이다.
역설적으로 말해서 안보리 결의안 242호가 그 만큼 모호하지 않았던들 「키선저」-「브레즈네프」회담에서 화평 합의가 그렇게 빨리 성립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아랍」측의 일관된 주장은 협정과 항구적인 평화협정을 한 묶음으로 결부시켜야 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만약 결의안 242호가 서로 엇갈린 해석을 용납하지 않을 만큼 외곬으로 명료한 것이었다면 「이스라엘」이고 「아랍」이고 간에 어느 한편은 그런 결의안과 결부된 휴전을 수락할 수 없었고 그렇게 되면 「모스크바」흥정도 상당히 난산이었을 것이다.
결의안 242호의 가장 큰 쟁점은 「이스라엘」군대가 철수할 영토다. 결의안은 「아랍」측이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대신 「이스라엘」은 6일 전쟁 중에 점령한 『영토로부터』철수하라고 규정했다.
22일의 결의안은 이같은 「이스라엘」의 철수를 규정한 242호 결의안의 즉각적인 실천을 요구, 그것을 전제로 하여 현 위치 휴전이 성립됐다.
그러나 실상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영토로부터』라는 같은 구절을 놓고 양측 해석이 완전히 상반되는데 묘미가 있다.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모든 영토로부터』 혹은 『그 영토로부터』라고 하지 않고 그냥 점령한 『영토로부터』라고 말한 결의안 242호는 「아랍」 「이스라엘」 경계선의 재조정을 양해하는 것이고 그것은 평화협상의 주류를 이루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아랍」측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모든 영토로부터』란 「이스라엘」의 완전한 철수를 의미한다고 팽팽하게 마주 선다.
「워싱턴」 「업저버」들은 협상이 앞으로 2, 3년은 끌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스라엘」은 점령 영토로부터의 철수조건으로 『위협받지 않고 군사행동의 대상이 되지 않는 확실하고 공인된 경계선』의 확보를 주장한다.
이같은 「이스라엘」의 입상은 결국 「시나이」반도·「골란」고원, 그리고 「예루살렘」일부의 비무장화를 의미한다. 국경선문제에 관한 한 「이스라엘」측이 보인 평화협상은 「시나이」반도의 어디쯤에 다가 DMZ를 끊느냐는 「가위질」의 문제다. 「이스라엘」군대가 기를 쓰고 「수에즈」운하 서안에 발을 붙인 것도 협상 입장이라는 점에서 「이집트」가 「수에즈」동안 쪽에 구축한 교두보를 상살하기 위한 것이다.
그밖에도 함정은 많다. 안보리 결의안은 모든 당사자들에게 전투 중지를 요구했지만 「팔레스타인·게릴라」들이 「모스크바」합의나 안보리결의를 존중할 것 같지는 않다. 앞으로의 협상진전은 여하간에 「닉슨」과 「브레즈네프」는 우선 한숨을 돌리게 됐다.
미·소 화해 「무드」의 첫번째 시련을 용하게도 극복한 것이다.
특히 「닉슨」은 「워터게이트」사건의 주요쟁점으로 알려진 녹음 「테이프」의 연방법원제출을 둘러싸고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을 정도의 대단한 조치를 취한 직후라 「키신저」의「모스크바」방문·안보리 결의안 채택 휴전성립의 큰 「뉴스」는 미국인들의 관심을 「닉슨」과 담합의 대결로부터 밖으로 돌리는데 일시적으로 성공한 셈이다.
그래서 「유엔」 「로비」에서는 「닉슨」은 평화를, 휴전안으로 내어놓는 것이 아니고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 휴전을 서두른다는 비난까지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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