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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년의 경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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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수출 1백억 「달러」, 1인당 GNP 1천 「달러」의 목표를 경제계획으로 구체화시켜 발표했다.
81연도를 목표 년도로 잡은 이 계획은 자본제 경제체제로서는 예외적인 장기계획이라 하겠다. 81년도의 이 나라 경제가 오늘의 「스페인」이나 「홍콩」수준에 이를 것을 목표로 한 이 계획은 너무나 긴 장기계획이기 때문에 계획이라는 성격보다는 지표로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많은 가정을 전제로 해서 작성될 수밖에 없는 장기계획이기 때문에 가정과 전제가 허물어질 때 그 내용이 변질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자원 문제>
첫째, 발표된 계획은 제1∼3차 계획에서 사용됐던 계획기술을 그대로 원용하여 총량 「모델」·재원조달·국제수지·고용 및 기술개발·산업별 투자계획 및 생산계획이라는 정석을 도습했다.
이러한 정석적인 계획 수립방식이 일단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나, 계획 작성에서 가장 중시해야할 측면인 자원문제가 어떻게 평가되고, 계획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확실하지 않다. 그 동안의 계획에서는 자원문제를 특별히 고려하지 않아도 좋을 이 만큼 국제자원사정이 가격 면은 물론, 물량공급 면에서도 안정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굳이 「로마·클럽」이나 FAO 등의 장기전망까지는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근자의 자원파동에서 보듯이 우리의 계획작성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장기적 평가가 필수적인 것임은 부인할 수 없다.
어떠한 자원전망과 대책을 전제로 해서 계획이 작성되었는지에 따라 계획의 질적 내용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원문제의 「웨이트」는 특히 중요하다.
발표된 「모델」에서 자원문제가 어떻게 평가되었는지는 특별히 설명해주지 않는 한 우리로서 알 수 없다. 그러나 농업생산계획으로 보아 자원문제를 특별히 배려한 것 같지는 않으며, 종래의 계획에서와 마찬가지로 수출을 통한 식량 및 자원의 수입이라는 선을 전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가·환율>
둘째, 계획은 GNP 「디플레이터」를 계획기간 중 5%로 예상하고 있으며 따라서 물가 상승률을 3%로 고정시킨 것으로 판단된다. 때문에 환율은 4백대 1로 계속 안정되는 것으로 가정하고 있는데 물가 및 환율이 그 선에서 81년도까지 안정될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런 점에서 이는 확실히 야심적인 계획이라 하겠으나 그만큼 계획으로서는 유지하기 힘드는 가정이라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더욱이 계획은 81년도의 무역 의존도를 59%선으로 잡았는데, 물가 및 환율이 계획대로 유지되려면 81년도까지는 국제 물가가 현재 수준에서 안정돼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성립되어야 한다는 점을 주목하기 바란다.
국제 물가 전망이 계획상의 낙관적 예측을 뒷받침하기 힘든다면 무역의존도 59%하에서 국제 물가를 국내에 파급시키지 않을 특별한 장치가 경제적으로 고안될 수 있어야 계획상의 가정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종래와 같은 국내가격의 동결과 생산원가의 절감이란 방식으로써는 그토록 장기간 국제 물가의 파급효과를 차단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획기적인 차단장치가 개발되기를 바랄 뿐이다.

<재원조달>
셋째, 계획은 81년도에 총 수출 1백25억 달러, 상품수출 1백10억 달러를 예상하는 반면, 총 수입 1백25억 달러, 상품수입 1백3억 달러를 예상하고 있어 국제수지상의 경상수지는 완전히 81년도에 균형을 이룬다. 그렇다면 신규 외자도입액과 원금상환액이 81년에 원리상 맞아떨어진다는 뜻으로 일단 평가해야 할 것이며, 순 외자의 도입은 없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평가가 가능하다면 외자에 의한 성장력의 제고는 81년도 이전에 소멸된다는 분석이 가능해지는데 순 외자의 도입효과가 없더라도 고도성장이 가능하다면 그처럼 다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넷째, 13조원의 투자재원조달을 위해 국내 저축률은 72년의 14.6%에서 81년에는 27.1%로 제고되어야 한다. 이러한 저축률이 실현되려면 한계 저축률은 엄청나게 높아져야하겠는데, 이는 국민의 소비성향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므로 계획 당국의 의사만으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 한계 저축률을 높여 갈 것인지 주목할 뿐이다.
그러나 내자계획은 국민의 협조로써 일단 이루어진다는 가정을 한다하더라도 외자계획은 발표된 원화규모와 달러 규모가 다를 뿐만 아니라 국제수지상의 경상수지계수와 장기자본 도입계획과도 일치되는 것 같지 않아 평가하기가 어렵다. 환율이 4백대 1로 유지된다는 전제라면 13조 1천억 원의 투자규모는 3백 30억 「달러」 규모이나 4백 22억 「달러」로 표시되어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 10.7%만의 외자가 투자에 투입된다면 외자투입액은 45억 「달러」로 평가되는데 55억6천만 「달러」로 표시되어 있는 것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계획기간 중 1백억 「달러」의 물자가 외자로 도착되는데 외자 조달액은 55억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면 국제수지상의 경상수지가 81년도에 맞아떨어진다는 계획과 어떻게 「링크」되는지 의문이다.

<지표간의 불 조화>
사리가 그러하다면 계획기간 중 1백억 「달러」의 외자가 실물로 도착한다는 계획은 어떻게 평가해야할 것인가 검토해야 한다. 해외저축은 55억 「달러」이므로 나머지 45억 「달러」가 경상수지상의 균형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분석해야할 것이다. 이자 및 과실송금이 계획기간 중 25억 「달러」로 계상되어 있으므로 나머지 20억 「달러」는 경상수지와 관계없는 것이 분명하다.
또 재원조달 면에서는 55억 6천만 「달러」의 해외저축을 계상했는데 외자계획에서는 1백억 「달러」의 외자도입과 66억 「달러」의 원리금상환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므로 순 외자도입액은 34억 「달러」로 되어있어 55억 「달러」의 해외 저축계획과는 모순되는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77년부터 81년까지 무역수지는 오히려 누계 3억 「달러」나 흑자를 계상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77년 이후의 외자 도입계획 66억 달러는 원리금 상환 45억 「달러」, 외환보유고 증가 13억 「달러」를 위한 외자도입이라는 결과가 된다.
우리의 무역수지가 77년 이후에 사실상 균형 되어 약간이나마 흑자를 보이는 것이라면 투자용 시설재를 우리의 수출외환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구태여 외환 보유고를 늘려가면서 까지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외자를 77년 이후에 계속 도입해야할 이유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계획간의 불일치는 결국 국제수지·재원조달계획·외자도입 계획간에 모순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 하겠다. 각 계수의 움직임으로 보아 81년 이전에 국내저축이 국내투자를 상회하기 시작하든지 아니면 81년 이후에야 국제수지 경상계정이 균형 되어야 이치에 맞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물론 계획당국은 정밀한 계산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짐작되며 보도된 내용이 착오이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제 지표간에 불 조화가 있는 계획이라면 계획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므로 일단 계획으로서는 전후모순이 없어야 할 것이다. 당국은 계수정리와 검증을 서두른 연후에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다시 한번 검토하고 계획수단을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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