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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다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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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파리」에는 자랑거리도 많고 구경거리도 많다.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것이 「카페」다.
「카페」가 「프랑스」문화에 미친 영향은 어쩌면 「프랑스」인이 아니면 잘 모를 것이다. 「카페」의 맛이나 멋도 마찬가지다. 「카페」는 단순한 다방도 아니고 경식사 집도 아니다. 그곳은 「클럽」인 동시에 사무소이기도 하다. 또한 자기집 밖의 집이나 다름없다.
「카페」에서 「프랑스」사람들은 손님을 만나고 장사 흥정을 하고 또 소설이며 시를 썼다. 유명한 인사들은 자기 얼굴을 대중에게 보이기 위해서 여기 나오고, 무명의 사람들은 유명씨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여기 나왔다.
따라서「카페」의 역사는 퍽 길다. 「몽마르나스」에 있는「라·로톤도」는 「피카소」며 「모딜리아니」와 같은 화가들이 즐겨 다니던 「카페」였다. 「카페·드·마드리드」는 「보들레르」가 「아브상」주를 마시며 자주 도사려 앉아 있었다. 모두 반세기 가까이나 오랫동안 문을 연 가게들이다. 「사르트르」며 「보봐르」가 전전부터 즐겨 다니던 「칼티에·라탐」에 있는 한 「카페」는 「나폴레옹」시대부터 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카페」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고 있다. 「파리」에서만 지난 몇 해 동안 해마다 2백개씩 폐업을 하고 있다. 「프랑스」전국에 걸쳐서는 지난 10년 동안에 약 3만개의 「카페」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라·로톤도」도 이미 문을 닫았다. 「카페·드·마드리드」는 미국풍의「드럭·스토어」로 업종을 바꾸었다.
이렇게 「카페」가 문을 닫는 것은 주로 세금 때문이라 지만 역시「프랑스」문화의 성격이 바뀌어진 때문이라고들 보고있다.
무엇보다도 「프랑스」사람들이 집밖에서 지내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그만큼 「마이·홈」주의가 위세를 떨치게 된 탓이라고 할까.
전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카페」출입을 하던 「프랑스」사람들이었다.
이제는 그들도 손님접대를 자기 집에서 한다. 집에도 냉장고가 있고 「텔레비전」이 있으니 굳이 나가서 음식을 먹어야 할 필요가 없게된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카페」에서 쓰는 돈이 아까워진 것이다. 그런 돈이 있다면 모아서 자동차를 월부로라도 사는 게 낫다고 여기게 되었다. 그만큼 현실주의자가 되었다고 할까. 『옛날은 즐거워라』하고 전전의 세대가 「벨·에포크」를 애도하게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서울시에서는 내달부터 다방에서도 국수와 경양식을 팔도록 새 방침을 세웠다 한다.
뜻밖에도 다방 쪽에서도 환영하는 눈치다. 혹시나 세금이 깎아질까하는 생각에서인 모양이다.
다방이 어떻게 바뀌어지든 상관은 없다. 그런 것까지 문제 삼을 수 있을 만큼 한가한 때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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