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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카드형 상품권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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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기프트 카드(선물권), 너만 믿는다'.

경기둔화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요즘 미국의 대형 소매업체와 체인 레스토랑들이 선물권 영업에 거는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선물권은 상품권과 거의 같지만, 상품권은 쓰고 남은 잔액을 고객에게 현금으로 내줘야 하지만 선물권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다르다.

선물권은 물건을 판매하기 전에 돈부터 받는데다 선물권이 유통과정에서 분실되면 앉아서 그만큼 돈을 벌게 된다. 선물권을 사용하고 소액이 남은 경우 소비자가 이를 무시하면 업체로선 역시 공돈을 버는 것이고, 이게 아까워 다시 그 가게를 찾으면 매출이 늘어나는 이점이 있다.

팔린 선물권 가운데 5~10%는 사용되지 않고 사장(死藏)된다는 것이 업계의 경험칙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그렇게 사장된 금액이 2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유통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선물권을 발행한 회사들이 그만큼 횡재한 셈이다.

업체들 입장에선 당연히 선물권이 유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매.음식업체들은 선물권을 선호한다.

컨설팅회사인 베인&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선물권을 통한 매출은 전년보다 20% 증가한 3백8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1998년에 비하면 두배로 늘어난 규모다.

메이시나 블루밍데일 등 유명 백화점을 비롯해 월마트.JC페니 등 할인점, 스타벅스.베니건스 등 식음료 체인점, 반스 앤 노블 등 서점체인, 제과점 등 일반 소비자들과 접하는 웬만한 업소가 모두 선물권을 판다.

이 '노다지'를 기업들이 몽땅 챙기는 것에 대해 미국의 주 정부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주 정부들은 상거래의 공정성을 적용, "사용되지 않은 선물권은 '잃어버린 재산'과 같은 것이고, 그것은 주인(소비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논리로 발행업체들에 제재를 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 정부들은 우선 기업들이 선물권에 사용시한(보통 1년)을 정해 놓고, 기한을 넘길 경우 소비자에게 수수료를 물리는 관행을 고치도록 할 방침이다.

미국 최대의 서점체인인 반스 앤 노블의 경우 판매한 지 1년이 넘은 선물권의 경우 관리비조로 한달에 1.5달러의 수수료를 물리고 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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