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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에필로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60년대 초가 기업의 발아기라면 요즘은 골격형성기. 앞으로 2∼3년 동안에 지난 10년 동안과 거의 맞먹는 확대와 재편이 이루어질 추세다.
경기는 불황탈출을 지나 과열로 치닫고 있다. 수출수요에 자극되어 신·증설 「붐」이 전 산업에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호텔」·조선·섬유·철근 등은 거의 폭발적인 팽창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도 물건이 모자라 못하는 형편이다. 1조「달러」 규모의 미국경제와 3천억「달러」의 일본경제가 한번 열기를 띠자 1백억「달러」 규모의 한국경제는 단번에 뜨거워져 열을 뿜고 있는 것이다.
기업「러쉬」는 정부의 확대정책에 의해 더욱 가속되고 있다. 치솟는 세계경기를 놓칠세라 정부는 중화학공업 추진위까지 구성, 기업들을 채찍질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러쉬」의 주된 뒷받침은 해외시장, 안정된 국내시장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극히 가변적인 수출수요만 믿고 신·증설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50%선을 넘어선 수출입 의존도는 76년에 62.8%, 81년에 68.5%에 달할 전망이다.
따라서 기업의 부심을 완전히 해외시장 동향에 걸어야 할 판이다.
특히 주요 원료의 거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원모·원결·원목·원면·원맥 등은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당분간 국내생산이 불가능한 형편, 시설규모의 확대에 따라 해외원료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미국 「미시시피」강에 홍수만 져도 한국의 면방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며 「필리핀」의 목재수출금지 조처는 한국의 합판기업을 도산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더우기 앞으로 예상되는 「에너지」위기는 한국의 전기업에 그늘을 던지고 있다. 이러한 원료의 해외예속 체제아래 한국기업이 해결해야할 가장 큰 문제는 원자재의 안정적 확보. 「달러」만 있으면 얼마든지 필요한 시기에 원료를 구할 수 있었던 시기는 이미 지났다. 따라서 앞으로 각 기업은 원료확보에 거의 사활을 걸어야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 「글로벌·베이스」의 구매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기업의 주시장이 해외수요인 만큼 앞으론 국제경쟁력이 문제가 될 것이다.
이젠 독과점경기를 더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국제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선 기술·「마키팅」분야에서의 세계 수준화가 필요할 것이다.
경영에 있어서도 대담한 기성관념의 탈피와 세계조류에 앞서갈 수 있는 두뇌혁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한국기업의 큰 이점은 싼 노임과 공해 대책비의 절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기업규모가 계속 확대될 때 이제까지와 같은 값싼 노동력을 계속 확보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특히 산업의 고도화에 따라 노동력의 평균기술 수준도 고도화돼야 할 것이다. 또 공해문제도 계속 외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국토가 좁기 때문에 공업화에 따른 생활권의 파괴는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해산업의 유치에 의한 공업화와 수출중대는 얼마안가 한계에 부딪칠 것이며 한국의 기업들도 입지난과 공해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확실히 한국의 기업은 눈부신 세포분열 단계에 있다. 앞으로 2∼3년이 기업의 우열과 규모를 가름하는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다.
아울러 원료난, 노동력 확보, 공해, 입지난, 냉혹한 국제경쟁 등 과거에 없던 거센 도전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정부의 정책도 국내에만 중점을 두어온 소극적 전략에서 보다 세계적인 안목에서 이루어져야할 단계가 온 것 같다. <최우석 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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