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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비경쟁 치열한 중동의 산유국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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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산업에 젖줄을 대고 있는 「페르샤」만의 석유왕국들이 서서히 군비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경쟁은 전세계 석유매장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리고 선진공업국들이 그들의 「에너지」원의 절반이상을 이 지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열강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71년 이 지역에서 영국군이 철수한 뒤 1년반 동안 유지되어온 이른바 「힘의 공백」상태가, 미국의 지원을 받은 「이란」의 군비강화, 소련의 「이라크」내 「아랍」극렬단체 지원 등의 형태로 서서히 눈에 띄는 경쟁태세로 전환되고 있다.
세계석유 생명선의 수문장으로 나설 생각인 「이란」의 「팔레비」왕은 지난 1년 동안에만 무려 30억「달러」에 달하는 각종 군사장비를 사 모으는 한편 「페르샤」만의 길목에다 10억「달러」를 투입, 거대한 공·해군 기지를 닦고 있다. 또 향후 2년간 지난 15년 동안의 군비와 맞먹는 새 군비를 지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슈퍼마키트」에서 일용품을 사 모으듯, 돈을 물같이 쓰며 구입한 각종 군비는 모두 최신형으로, 예를 들면 F-4「팬텀」기 1백8대, F-5E 전투기 1백대, 「제트」급유기 10대, 「헬리콥터」7백대, 영국제 「탱크」 8백대, 구축함 8척, 순양함 4척 등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밖에도 「페르샤」만 요소요소에 포대와 감시탑이 들어서고 요충지대인 「차바하르」항구에 6억불짜리 군사기지를 착공했다.
이런 엄청난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팔레비」왕은 「파키스탄」을 둘러싼 인도·소련·중국 등 인접국의 각축이 「발루치스탄」지방(이란·파키스탄 국경지대)을 제2의 월남으로 만들 것을 우려하고 있으나 더욱 중요한 이유는 바로 「페르샤」만 안의 인접석유왕국들의 상호공격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이란」이 적으로 생각하는 「이라크」와의 접경지대에는 「이란」지상군의 80%가 배치되어 있다. 「모스크바」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라크」의 「게릴라」들이 친서방적 보수파들이 지배하는 인접 소왕국들에 침투, 공산혁명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 「이란」의 주장이다.
80년대에는 연36억「배럴」을 이 지역에서 수입해야될 미국은 현재 「이스라엘」과의 관계 때문에 다른 「아랍」석유국들로부터는 아무런 혜택을 기대할 수 없어 「이란」의 「팔레비」왕에게 전적으로 기댈 생각으로 현재 「이스라엘」-「이란」-미국의 삼각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이같은 노력은 53세의 「팔레비」왕이 건재하고 있는 한 당분간은 안전하게 원유공급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뉴스위크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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