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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호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우리 나라에는 관광「호텔」이라는 게 있다. 「호텔」이라고만 해도 될 것을 굳이 관광「호텔」하라고 한 데에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을 것이다.
우선 외국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도록 되어 있는 「호텔」이라 해야겠다. 또 그만큼 온갖 시설이며 「서비스」가 국제적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어느 관광 「호텔」에 투숙했을 때의 일이다. 밤 9시에 「커피」 한 잔을 보내 달라고 「룸·서비스」에게 일렀다. 곧 갖다 주겠다는 것이 한 시간이 지나도 감감소식이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겠느냐 싶어서 기다리다 결국 자정이 지나고 말았다. 끝내 「커피」는 오지 않은 것이다. 그 다음날 저녁이다. 찾아온 손님들의 대접을 위해 양주 한 병을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꼬박 30분을 기다린 다음에야 술을 가지고 왔다. 너무 바빠서 늦어졌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죄송스럽다는 투는 아니었다. 양해해 달라는 「보이」의 표정에는 조금도 미안스러워 하는 빛이 없었다.
간밤의 일이 생각나서 늦게라도 갖다 준 것만 고맙다 여기면서 술을 마시려다 보니 통 「위스키」의 찌르는 맛이 없다. 물을 탄 게 분명했다.
「보이」에게 이 술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손님께서 「스카치」맛을 잘 몰라서 그러신다는 것이다. 적임자를 부르는 수밖에 없었다. 한창 실랑이 끝에 한사람이 올라왔다. 그는 한 모금 마셔 본 다음에 물 탄 술임을 시인했다.
잘못을 알았으면 됐으니까 다시 술을 가져오라고 일렀다. 곧 보내드리겠다면서 그 사람이 나갔다. 그런지 또 반시간이 지나도록 감감 소식이었다.
전화로 어찌된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부탁한 술은 나오지 않고, 대신 술담당자라는 다른 사람이 나타났다. 자기는 무슨 일인지 모르는데 올라가 보라기에 왔노라는 것이었다.
울화가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제서야 술이 왔다. 이미 그때에는 술 마시고 싶은 마음은 완전히 사라진 다음이었다.
물론 그 「호텔」에 더 이상 묵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 길로 다른 「호텔」로 옮기려고 여기 저기 전화를 걸어 봤다.
모두 빈방이 없다는 대답이었다. 하는 수없이 그날 밤은 그냥 지내고 다음 날 아침에 나왔다.
나오다 보니 「호텔」방문에는 『이 「호텔」에서는 「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고 영문과 한글로 적혀 있었다.
어느 관광「호텔」이나 외국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웬만큼 「서비스」가 나쁜 곳이라도 묵고 떠난다. 아무리 「서비스」가 나빠도 관계 당국이 그 내막을 좀처럼 해서는 알 까닭이 없다. 그저 『관광「호텔」』이란 이름만 내주었으니 말이다.
이것은 서울에서의 얘기다. 그러니 지방의 『관광「호텔」은 오죽 하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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