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독설·풍자로 열기 뿜는 마지막 연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연설회장에 부인·배우들>
『유일한 민간출신 남북 조절위원인 나는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평양에 가야 좀 더 말발이 설 것 같습니다. 』(공화·장기영 후보)
『나는 권력자리 앉아 돈벌이하는 것, 감투싸움 하는 것, 왔다갔다하는 정치 장꾼, 이것 셋을 싫어하는 삼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민·권중돈 후보)
『신민당은 우리 나라 야당을 봉제사하는 큰아들·큰집인데 얼마 전까지 신민당의 감투를 썼던 사람이 자꾸 신민당을 헐뜯으니…5·16 후 찾아다니며 꾸벅 꾸벅 장관한 사람은 누구고 이당 저당 다닌 사람은 누구입니까. 누가 선명하다는 말입니까.』 (신민·정일형 후보) 『정 박사는 유진산씨의 「가오·마담」입니다. 알맹이 없는 감투를 하나 주니까 주저앉은 사람입니다. 』
(통일당·김홍일 후보)
23일 하오 시내 남대문국민교정에서 열린 종로. 중구 입후보자 마지막 합동연설에서 튀어나오는 말들은 인신공격에 가까우리 만큼 열기 찼다.
2천여 청중이 모인 이날 연설회장에는 장 후보의 자부 문희양을 비롯, 태현실·엄앵란·최은희·신영균씨 등 인기 배우들이 대거출동, 장 후보를 지원(?)했는데 장 후보는 신씨더러 『중구에서 표가 적게 나오면 당신 책임이고 내가 당선되면 여성표로 되는 것』이라고 자부를 치켜올리기도.
한편 김 후보의 부인 민경란 여사는 교정에 세워둔 자가용 차 속에 앉아 시종 연설을 경청했는데 연설회장마다 모습을 나타내던 정 후보의 부인 이태영 여사는 나오지 않았고-.

<연설 후 청중과 도보행진>
【목포】<합동연설회 횟수가 군 3회, 시·구 2회로 제한돼 있고 개인 연설회도 없어 후보들은 합동연설회 순서를 중간쯤으로 잡으려고 추첨에 신경들을 많이 쓰고, 마지막 차례에 걸리면 대부분 이맛살을 찌푸리기 일쑤.
이는 마지막 순번이 되면 지루한 연설시간 때문에 자리를 뜨는 사람도 많고 앞서 연설을 마친 연사들과 함께 움직이는 사람이 많기 때문. 제비뽑기에서 연설순위가 끝이 된 후보가 손해를 본 「케이스」의 하나는 22일의 목포 연설회. 이 연설은 목포-무안-신안구의 마지막 연설이어서 후보자들은 큰 기대를 걸었는데 흐려있던 날씨가 세 번 째 김경인 후보(통일) 연설이 끝나갈 무렵 가랑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김 후보는 『지금 내리는 가랑비는 국회 해산과 야당 분열을 슬퍼해 흘리는 나의 눈물』이라는 임기응변 한마디를 하고 연설을 끝냈지만 마지막 순번인 임종기 후보(신민)가 등단했을 때는 빗발이 차차 강해져 청중이 움직이기 시작해 법정 연설시간 30분을 10여분으로 단축할 수밖에 없었던 것.
날씨 때문에 첫 번 째의 목포 연설회의 1만 여명에 비해 적은 7천여 청중밖에 모으지 못한 것을 안타까이 생각한 후보들은 연설이 끝난 뒤 대기중인 자동차를 타지 않고 당사 또는 자택까지 도보행진, 오가는 선거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기도.

<술은 당락자 모임 만든 뒤>
【정읍】단상에서 사정없이 공방전을 벌였던 정읍-김제읍 후보들은 23일 합동연설회를 모두 마치고 남은 선거기간 동안 「파인.플레이」할 것을 다짐했다.
이날 신태인에서 마지막 연설회가 끝난 후 신민당의 은종숙 후보는 장경순 공화당 후보에게 『합동연설 중 서로 치고 받은 것을 푸는 뜻에서 오늘 저녁에 후보자끼리 한잔하자』고 제의.
장 후보는 『내가 술 사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선거법에 저촉 될 테니 뒤로 미루자』면서 『선거가 끝난 후 당락자들의 모임을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유갑종(통일)·김택하·송정덕·정영환(이상 무소속) 후보들도 『선거 분위기를 흐리게 하는 일을 자제하자』고 입을 모았다.

<무소속은 도랑에 든 소>
【진해】진해역 앞 광장서 열린 마산-진해-창원구의 합동연설회에선 공화당과 신민당, 통일당과 무소속간의 입씨름이 벌어졌다.
경남도청의 마산 유치 등 공약을 많이 내세우는 공화당의 이도환 후보가 진해연설에선 『이곳 진해시엔 체육관도 도서관도 없는데 당선되면 내가 이걸 짓겠다』고 약속.
그러자 뒤에 등판한 신민당의 황낙주 후보는 『국회의원이 도서관이나 체육관 짓는 건축회사 사장인줄 아느냐』면서 『알아야 면장도 할 것 아니냐』고.
무소속의 최수룡 후보가 신민당과 통일당 간의 선명 논쟁을 꼬집고 『파쟁하는 야당보다 유신체제하에서는 건전한 무소속이 국회에 있어야한다』고 주장하고 내려가자 통일당의 김형돈 후보가 올라와 『무소속은 도랑(천)에 든 소다. 이쪽 언덕 풀도 뜯어먹고 저쪽 언덕 풀도 뜯어먹기 때문이다』라고 꼬집은 것.

<서로 추켜세우는 후보들>
【안성·제천】2·27 일선에는 표면적으로 사이좋게 뛰고있는 주자들도 있다.
평택-안성-용인구의 공화당 서상린 후보와 신민당의 유치송 후보가 그 하나.
어릴 때부터 친구였다는 두 사람이 합동연설회장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이 주고받는 말의 한 토막.
△서씨=나는 너 때문에 할 말도 다 못한다.
△유씨=너야 박 대통령 중심으로. 유신하자는 것 빼고 할말이 없잖아. 내가 너를 봐 말을 참지.
△서씨=기왕 봐주려면 너도 유신 뒷받침하겠다고 해라….
충주-중원-제천-단양구는 합동연설에서 서로 추켜세우는 것이 이색적. 이 대목을 옮겨 보면 △이종근 후보(공화) =젊고 패기 있는 최극 후보에게도 성원과 사랑을…. 최극 후보(신민) =학식과 덕망이 있고 지방에 많은 일을 하신 이종근·이해원 후보에게 더 많은 지도를…. △이해원 후보(공화)=평소에 내가 존경하는 통일당의 조종호 후보에게도 편달을….

<연설 후엔 섬으로 잠행>
【부안·신안】종반 선거전은 두더지작전. 합동유세가 끝난 지역의 군청 소재지 여관들은 선거운동원들로 초만원을 이루고있다.
부안읍의 경우 7, 8개의 여관이 모두 만원이며 낮에는 비교적 조용하나 여관의 밤은 술렁인다.
이에 대해 어느 후보는 선거구가 넓어 왔다 갔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여관신세를 자주 진다고 했으나 유권자들은 내놓고 운동할 수 없는 선거법상의 제약으로 선거운동이 지하로 파고든 것 같다고 풀이.
이와는 달리 술집들은 파리를 날리고 있어 붐비는 여관과는 좋은 대조.
한편 목포-무안-신안의 경우도 22일 연설 일정이 끝나자 여야후보들은 일제히 발길을 섬으로 돌렸다.
공화당의 강기천 후보는 23일 상오 6시 신안군에 흩어져 있는 섬들 속으로 잠적했고, 신민당의 임종기, 통일당의 김경인 후보도 뒤따라 이를 추격.
야당 후보들은 신안군 내 1천 5백개 섬 중 유인도 만도 4백여 개인데 최소한 10여 개는 돌아 봐야겠다면서 『아직도 신안군 내 섬에서는 새 선거법도 아랑곳없이 섬마다 막걸리가 동이 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고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