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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문제 보도 대국적 차원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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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불필요한 감정유발로 대화 저해하는 일 없어야|이후락 조절위공동위원장, 5개 언론단체에 협조요청 서한 이후락 남북조절위원회공동위원장은 28일 『이제 막 서장이 펼쳐지고 있는 새로운 남북관계의 전진을 위해 남북문제에 대해서만은 보다 대국적이고 승화된 차원에서 취재하고 기획하고 편집하여 보도함으로써, 불필요한 감정의 유발로 대화가 저해되는 불행한 결과가 발생치 않도록 최선의 협조를 해줄 것』을 당부하는 서한을 한국신문협회를 비롯한 5개 언론기간단체에 보냈다.
이 위원장은 서한에서 『오늘의 남북의 대화는 이산가족의 비원, 분단된 민족의 염원 때문에 단순한 「상업적 저널리즘」의 영역 안에서 다루어지기는 어려운 민족적 과업으로 부각되어있다』면서 『쌍방대표나 남북간의 감정의 자극을 초래할 「가십」 위주의 편집·보도는 회담을 통한 남북의 대화를 전진시켜 나가는데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신문협회·한국통신협회·한국신문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한국민간방송협회 등 5개 언론단체에 보낸 이 위원장의 서한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한내용>
『이번 평양과 서울에서 열린 두 차례의 남북적십자본합담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지금 시작하고있는 남북대화에는 비단 흩어진 가족을 다시 찾으려는 1천만 이산가족의 비원 뿐 아니라 분단 4반세기의 조국을 다시 하나로 합칠 것을 갈망하는 5천만 민족의 염원이 함께 담겨있다는 사실이 뚜렷하게 입증되었읍니다. 바로 이러한 이산가족의 비원, 분단된 민족의 염원 때문에 오늘의 남북의 대화는 단순한 「상업적 저널리즘」의 영역 안에서 다루어지기는 어려운 민족적 과업으로 부각되어 있는 것입니다.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남북적십자본회담이 결국 열리기까지 1년에 걸친 예비회담과정에서 대한적십자 두 대표단은 각고와 인내와 성의를 다해야했으며 이러한 인내와 성의가 밑거름이 되고 나서야 본회담은 겨우 실현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이러한 저간의 사정을 염두에 두고있는 본인은 이제 막 서장이 펼쳐지고 있는 새로운 남북관계의 전진을 위해 남북문제에 관해서만은 보다 대국적이고 승화된 차원에서 취재하고, 기획하고, 편집하여 보도함으로써 불필요한 감정의 유발로 대화가 저해되는 불행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최선의 협조를 다해주실 것을 언론계 제현께 간곡히 당부하고자 합니다.
본인은 그동안 두 차례의 본회담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실제로는 낙수에 불과한 어떤 개개인의 사사로운 말꼬리나 실수를 잡아 흥미위주의 기사로 각색보도하는 사례가 없지 않았음을 보아왔으며 때문에 보다 큰 대의를 위해 이러한 보도경향만은 지양해주십사 하는 것을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쌍방대표, 또는 남북간의 감정의 자곡을 초래할 「가십」 위주의 편집·보도는 회담을 통한 남북의 대화를 전진시켜 나가는데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 이 남북의 대화를 소중하게 가꾸고 키워 결실로 이끌음으로써 1천만 이산가족의 애끊는 비극이 해소되고 분단된 조국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 서로 자중자애해야 할 시점에 와있는 것입니다.
본인은 조국의 역사적 현실을 직시하는 본인의 이러한 상념이 본인이 존경하는 언론계 제현의 시국관과 공통된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바이며 본인이 드리는 고언에 대해서도 충분한 이해와 협위가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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