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 힘 좀 내라고 … 브라질 출신 수원 산토스 … 옷에 직접 쓴 '정성룡 NO.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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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산 토 스 가 ‘정성룡 NO.1’이라고 쓴 언더셔츠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수원 삼성]

낯선 외국인 선수의 골 세리머니가 의기소침해진 정성룡(28·수원 삼성)에게 힘을 줬다.

 수원의 브라질 출신 산토스(28)가 주인공이다. 그는 27일 열린 전북 현대와의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 염기훈의 프리킥을 극적인 헤딩 결승골로 연결했다. 수원은 산토스의 골에 힘입어 전북을 1-0으로 꺾고 5연패에서 탈출했다. 올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승리해 연패를 끊은 것도 기뻤지만, 산토스와 정성룡에겐 기쁜 일이 한 가지 더 있었다. 산토스는 가슴 깊이 간직했던, 정성룡을 위한 골 세리머니를 펼쳐 보일 수 있었다.

 산토스는 골을 넣은 뒤 상의를 들어 올렸다. 언더셔츠에는 ‘정성룡 NO.1’이 매직펜으로 쓰여 있었다. 수원 구단 최원창 운영팀 차장은 “산토스가 직접 자신의 옷에 적었다. 동료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글씨를 쓴 것도 산토스 본인”이라고 말했다.

 산토스는 “페이스북을 통해 팬들에게 골 세리머니 아이디어를 공모했는데 최근 많이 힘들어하는 정성룡에게 힘이 되는 응원 세리머니를 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마음에 가장 와 닿았다. 동료들과 상의한 끝에 ‘정성룡 NO.1’ 세리머니를 지난 울산전에 준비했는데 아쉽게도 골을 넣지 못해 보여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비록 한 경기 늦어지긴 했지만 2013시즌 마지막 홈경기 마지막 순간에 골을 넣어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누가 뭐래도 정성룡은 한국 최고의 골키퍼라고 생각한다. 오늘 무실점 경기를 펼친 것처럼 앞으로도 무실점 행진을 이어 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최근 포항과의 K리그 경기, 러시아와의 대표팀 경기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국가대표팀 넘버원 수문장 자리가 위태로워진 정성룡에게 용기를 심어주는 퍼포먼스였다.

 정성룡은 “경기를 마친 후 라커룸에 들어와서야 산토스가 나를 위한 세리머니를 했다는 걸 알았다. 정말 고맙다”며 “산토스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 발 더 뛰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덕분에 심리적 안정을 찾았다. 그간 보여드린 실망스러운 모습을 반드시 만회하겠다”고 말했다.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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