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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칼」을 가는 「블랙·셉템버」|신종 국제 범죄 항공기 납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신종 국제범죄로 등장, 각국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항공기 납치 사건이 최근에도 여전히 꼬리를 물고있다. 그러나 이 『공중 해적행위』의 수법은 갈수록 지능화·조직화되고 있는 반면에 이를 예방·수습하는 확실한 묘방은 발견되지 않은 까닭에 대개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최근 남녀 각각 2명으로 구성된 「아랍」 「게릴라」납치범들은 승객 91명과 승무원 10명을 태운 벨기에 여객기를 「텔라비브」의 「로드」공항에 강제 착륙시키고 「이스라엘」정부에 대해 「아랍」 「게릴라」 1백여명의 무더기 석방을 요구, 불응하는 경우 여객기를 인질과 함께 폭파하겠다고 위협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범인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다만 인질을 석방하면 그들을 무사히 제3국으로 보내 주겠다고 설득하면서 국제 적십자사가 승객과 승무원 석방교섭을 벌였다. 그런 가운데 「다얀」국방상과 육군 참모총장 「데이비드·엘라자」중장의 막후지휘를 받은 특공대 12명이 기내에 음식을 전달하는 인부로 가장하여 비상구로 잠입, 뒷문을 지키고 있던 납치범의 미간을 쏘아 쓰러뜨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다른 1명을 사살했다.
여자 1명은 중상, 1명을 생포했다.
이로써 기습작전은 성공, 23시간 동안의 숨막히는 인질극은 끝났다. 3명의 승객이 가벼운 상처를 입었을 뿐 승객전원을 구출해 「이스라엘」정부는 의기양양하고 관계국에서도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지만 문제는 앞으로의 비행기 납치는 더욱 수습하기가 어렵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이번 납치사건을 조종한 「블랙·셉템버」라는 「아랍」 「게릴라」 비밀단체가 성명을 발표, 납치범들이 실패한 것은 국제적십자사대표들과 「벨기에」 정부관리들의 술책에 말려들어 기내에 음식의 반입을 허락해 준 『인도적 고려』때문이었다고 지적하고 『가까운 장래에 다른 비행기를 또 납치할 것』이며 앞으로 다시는 인도적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는 까닭이다. 한마디로 보복을 위해 이를 갈고 있는 것이다.
이번엔 다행히 성공했지만 항공기 납치범들을 무리하게 진압하려는 기도는 지극히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 최근 「캐나다」의 한 「하이재킹」연구 「팀」의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 조사단이 항공의학협회에서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납치범을 제어하려다 실패하는 경우에는 최악의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을 유발』케 되는 까닭에 『설사 기내활동과 음식의 공급이 중지되는 상황이라 해도 납치범을 자극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납치범은 대개 죽기를 각오한 절망적인 극한 상황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지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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