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한美軍 3원칙, 옳은 방향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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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고건(高建)국무총리가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와 만나 '주한 미군 재배치 3원칙'으로 미군의 전쟁억지력 저하 반대, 인계철선 유지, 북핵 문제 처리 후 미군 재배치를 제시했다.

우리는 주한 미군 문제와 관련한 高총리의 3원칙이 적절한 처방이라고 본다. 한.미 양국은 이 원칙에 따라 주한 미군의 위상 변경과 관련한 협의를 일단 뒤로 돌리고 북핵 사태의 해결을 위한 공조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북핵 사태와 맞물려 한.미 간에 지난 수개월간 불필요하게 오고간 주한 미군 재배치 논의는 우리 안보와 경제에 위해 요인으로 작용했다.

안보 불감증에 빠진 우리 국민만 태평하게 보내는 사이에 우리에게 투자하거나 관심을 가진 외국인과 그 기업들은 투자금을 빼내갈 움직임을 보이고 한국 방문을 취소하는 등 한국 정세를 매우 불안하게 인식하고 있다.

새 정부가 뒤늦게나마 그 위험성을 깨닫고 올바른 대책을 마련한 것은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미군의 한국 주둔이 미국의 세계 전략상 필요해 이뤄진 것일지라도 우리 안보엔 사활적 존재라는 특수성이 있다. 특히 미군이 한강 이북과 이남에 주둔하느냐 문제는 유사시 우리 안보태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북한군의 포사격 거리에 있는 한강 이북에 미군이 주둔하면 개전시 자동적으로 전쟁에 개입하게 된다. 그것이 인계철선론이다.

미국 일부에서 이 점을 우려, 미군을 한강 이남의 후방으로 재배치해야 한다는 논의가 간단없이 나온 배경이다. 이럴진대 우리가 미군의 감축과 재배치를 먼저 입에 올리는 것은 국방력을 스스로 해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새 정부가 우리의 국방력을 도외시한 채 '자주 국가론' 등 이상론에 빠져 가장 위험한 때에 미군 재배치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현명한 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북한의 평화공존 정책이 가시화되는 등 '현존하는 명백한 위협'이 제거된 후 주한 미군의 위상 변화 문제가 논의돼도 늦지 않다. 당면 최대의 안보 과제는 한.미 동맹의 공고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