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통에 잠긴 산악인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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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아우 찾아 3만리-. 해발 8천1백56m의「히말라야」「마나슬루」등반 길에 다시 올랐던 김정섭 김우섭 김예섭 3형제가 이끄는 한국등반대원 중 일부대원 5명이 조난됐다는 소식은 다시 한번 산악가족들로 하여금 비통 속에 빠지게 했다.
경기도고양군신도면구파발의 김정섭씨 집에서는 보도기관을 통해 대원들이 조난됐다는 첫 소식을 믿으려 들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어요. 그럴 리가…』하면서도 작년 5월에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3형제가 「히말라야」의 제7봉인「마나슬루」봉(해발 8158m)에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동생 기 섭 을 잃고 난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착잡해 했다.

<김 대장 집>
경기도 고양군신도면구파발리86 김정섭씨 집에서 혼자 집을 보고 있던 김씨의 어머니 이선돈씨(63) 는 두 아들이 보낸 지난 3월9일자와 26일자의 편지가 한꺼번에 왔으나『「컨디션」이 좋아 10일 께 출발할「마나슬루」의 정복은 눈앞에 있다고 자신만만했다』고 말하면서 사고소식을 듣고 울었다.
한편 정 섭(38), 우 섭(29), 예 섭(21)씨 등 세 아들과 사위 서충길씨(35)를 현지에 보내고 난후 계속 이들의 소식을 궁금하게 기다리던 김씨의 아버지 김병훈씨(64·경기도 고양군 신도면 구파발리)는 장남 우 섭씨 사무실에서 한국등반대원들의 조난소식을 듣고 침통한 표정으로『아직까지는 확실한 소식을 몰라 무어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도 침착한 태도를 보였다고 김씨는 매일아침 장남 우 섭씨(40·오 봉 산업 사장)의 사무실인 서울중구무교동25 원 창「빌딩」에 나가 조선일보사와 전화연락을 해왔었는데 14일에는 상오11시쯤 조선일보와 연락을 하다가 조난소식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들3형제와 사위가 지난 2월5일 현지로 출발한 후 13일『잘 있다』는 안부편지를 받기까지 8차례의 서신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13일 도착한 편지는 현지에서 지난 3월29일 발신한 것으로『건강이 매우 좋다. 4월10일께는 정상을 정복할 것 같으니 안심하시기 바란다』는 내용이라는 것.
김씨는 3아들과 사위가 떠날 때『남아로서 기 섭(25)이가 못 이룬 뜻을 이루겠다니 반갑다. 냉정하고 침착하게 싸워 꼭 대한남아로서의 뜻을 이루고 돌아 오라』는 당부를 했다면서 이들이 무사하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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