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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옥을 만든 원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젠 그만 충격을 씻고, 원인을 캐야할 때다. 대연 각 호텔 화재에서 정작 중요한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뉴스 사진을 보면 프로만·가스통하나가 클로스·업 되어있다. 2층 커피숍에 있던 것이다. 괴물의 몰골과도 같이 파열되어있다. 이 가스통은 21.3kg 들 이로 기압은 7. 자체 파열이 될만한 압력은 아니다. 외부의 쇼크가 있었을 것 같다. 우선 그 가스통과 오븐은 60cm거리였다고 한다. 필경은 가스가 새고 있었을 것이다. 공기보다 무거운 이 가스는 바닥으로 번졌을 것이 틀림없다. 여기에 인화가 된 것이다. 가스통은 가열, 팽창해서 폭발했다.
불길은 삽시간에 그 주위를 덮었을 것이다. 이 순간 화재경보장치는 온 빌딩에 경종을 울렸어야 옳다.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로비로 몰려나온다. 벽마다 지시된 화살표를 따라 비상구나 비상계단으로 총총히 뛰어간다. 누구도 서두르지 않고 침착히 일렬로 탈출!.
그러나 이것은 현실이 아니었다. 경보는커녕 비상구·비상계단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이미 2층의 불길은 그 몇 발짝 건너 엘리베이터 쪽으로 튀었던 가보다. 어느 사이에 2층의 불은 엘리베이터 통로의 공간으로 솟구쳐 20층으로, 6층으로, 18층으로…유영처럼 뛰어(?)다녔다. 프로판가스 통은 지하에도, 20층에도 있었다. 무려 2t들 이의 규모이다. 아마 이것의 폭발도 대단했을 것 같다.
불길의 종횡광란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층마다 퓨즈 장치가된 셔터만 있으면 된다. 주위가 가열되면 퓨즈는 자동으로 녹아 셔터가 닫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층마다 설치된 스프링클러(살수시설=Sprinkler)에서 물이 뿜어져 나온다. 이 정도만 되면 화재는 층층에서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현실은 아니었다. 아무런 장치도 없었다.
사람들은 이런 상황 속에 선 질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연기며, 가스며, 화기며…. 만일 배 연 시설이라도 되어있었다면 그나마 비극의 규모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옥외비상계단만 있었어도 형편은 훨씬 달랐을 것이다.
결국은 하나에서 백까지 그럴듯한 정상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모두가 가식이요, 위선이며, 비정상이다. 인간에게 휴식과 안녕 을 주어야할 호텔에 처음부터 죽음과 절망과 공포가 있었을 뿐이다.
그뿐인가. 외부의 소화시설이란 것도 하나의 장난감에 지나지 않았다.
초고 빌딩의 저 아득한 밑에서 활을 쏘고 있는 광경은 얼마나 서글픔과 고소를 자아냈는가!
인간부재란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의 도덕 감이 저 빌딩의 절반에 만이라도 닿을 수 있었던들 비극은 적었을 것이다. 두렵고 충격적인 것은 그 인간부정의 사고방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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