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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파」가 우세|유엔대표권 공방 중간결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달 30일부터 10월5일까지 열린 유엔총회 일반토론에서 각국대표들이 행한 정책 연설을 통해 중국대표권문제의 향방이 점차 선명해 지고있다.
복합 이중 대표 제냐 아니면 중공가입·국부추방이냐를 둘러싼 찬반양론이 오가는 가운데 친 중공 표와 반 중공 표의 판세가 대충 드러났다.
『이중대표제의 채택이 중국을 분단시키거나 중국현실을 동결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붙여 미국도 장래엔 하나의 중국만을 인정할 것임을 은근히 시사하면서 「로저즈」미 국무장관이 중화민국 잔류를 호소하자 알바니아외상「네스티·나세」가 등단, 『중공을 가입시키든지 중화민국을 추방하든지 양자 택일을 하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국부를 남기면 중공은 유엔에 안 들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극단발언과는 달리 각국대표들의 발언을 분석하면 똑같은 친 중공 또는 친 국부라도 그 이유만은 각양각색.
미국 안에 찬성한 나라가운데 오스트레일리아의「나이젤·보웬」외상은 『현실적으로 중공이 본토를 지배하는 것과 똑같이 중화민국은 대열을 지배하고있다』는 전제하에 이 현실을 현실로서 인정하자는 주장을 폈다. 한편 우루과이의 「블랑크」부 외상은『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강경한 말로 중화민국 지지의 뜻을 다짐했다.
이에 비해 미국 안의 공동 제안 국인 태국은 오히려 온건한 태도를 취했다.
「타나트」외상은 이중 대표 제를 지지는 하지만 2개의 중국을 고집하는 건 아니라고 묘한 발언을 했다.
즉 국가주권의 유일성이라는 국제법상의 원칙을 존중하는 점에서 태국이 결코 2개의 중국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며 단순히 중화민국과의 기왕의 우호관계를 폐지할 정당한 이유가 없기 때문에 국부잔류를 지지할 뿐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중 대표 제는 일시적인 편법이지 이론적인 고려에서 성립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러한 다양한 태도는「알바니아안 」찬성국들 간에도 나타났다. 『유엔의 보편성과 중국의 불가분 성』을 이유로 이중 대표 안을 반대하고 나선 인물은 작년까지만 해도 중공가입에 부표를 던지던 멕시코의「에체베리아」대통령.
이 말에 동조해 오스트리아 「키르히쉘레거」외상도 「알바니아안」지지로 선회했고 남미의 좌경국 페루도『유엔활동엔 중공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요청론(?)을 내세웠다.
에콰도르의 「가르샤」외상은 한술 더 떠서『중공의 불참은 국제평화와 안전에 오히려 해를 끼친다』는 미국 진보파 상원의원의 주장과 비슷한 정치적 이유를 제시했다.
또 한가지 묘한 사실로는 소련 권의 체코슬로바키아 대표가 발언도중 중공가입 문제에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태국안 찬성 국인 남아 이스라엘 「트리니다드」역시 중국문제엔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까지의 발언 내용으로 보아 「알바니아안」지지 국들이 미국 안 지지 국들 보다 약10표쯤 상회하고 있어 미국의 전략은 위험수위에 달한 것 같다. 캐나다, 아르헨티나, 파키스탄도 「알바니아안」에 기울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43개 비동맹회원국들이 중공의 가입을 촉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7일 현재 중공을 승인한 유엔회원국은 세네갈까지 66개국이다. <유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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