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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력의 강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내무부는 31일, 현재의 경찰체제가 일선 근무자는 적고 오히려 후방경찰관이 많아 갑작스런 대 사건, 난동사태 등이 일어났을 경우, 신속한 적응을 할 수 없는 허점을 극복하기 위해 파출소 등 일선 근무자를 증원하는 등 경찰정원을 전면 재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무부가 그 동안 자체조사를 한 결과에 의하면 전 경찰관 4만3천여명 가운데 불과 51%만이 일선에서 근무하고 있고, 나머지가 상부 부서에 소속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일선지서·파출소 및 수사형사·교통경찰관 등 예방경찰구실을 하고 있는 경찰관의 수가 이처럼 적고서야 돌발사태가 일어나는 경우, 사태의 수습에 결정적인 「미스」를 저지르게 될 것은 물론, 경찰의 희생만 늘어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할 것이다.
더 말할 것도 없이 경찰행정의 대종은 예방경찰과 수사경찰에 있는 것인데, 치안국, 각시·도 경찰국, 각 경찰서의 참모진과 행정요원 등 내근 부서의 직원이 전체경찰의 49%나 된다는 것은 지나친 비대 현상이요, 중앙집권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경찰이 보다 민첩하게 방범활동을 벌이고 범죄수사의 만전을 기하기 위하여서는 당연히 일선경찰관 위주로 전 경찰체제가 개편되어야할 것이기 때문에 전기한 바와 같은 내무부의 구상은 만시지탄이 있다고 하겠다.
경찰은 내년에 정원을 2천명이나 늘릴 계획인데, 이들만이라도 일선경찰로 배치하는 경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의 내근원도 그 상당수를 일선으로 배치하는 경우, 그것만으로도 경찰의 방범능력은 증대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하면 유능한 수사관을 확보하고, 수사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방범과 합께 범죄수사야 말로 경찰의 가장 기본적인 직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경찰에 비해 사법경찰관들이 푸대접을 받고 수사경찰로서의 긍지를 잃고 사기가 저하되는 경우에는 경찰의 수사력은 증강되지 않을 것이 명약관화하다.
수사경찰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수사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경관을 전문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긴요한 일이다. 수사경찰이 자꾸만 승진하여 경찰행정을 맡게되는 경우에는 수사의 전문화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기에 수사경찰은 전문직으로 하고 연공에 따라 보수 면에서 대폭 후대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영국의 경시청이나 미국의 FBI등이 수사요원을 우대하고 그들을 장기간 계속 근무케 함으로써 중대범죄들을 거의 예외 없이 해결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도 본받아야만 할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수사경찰이 각광을 받지 못하고 그늘에서만 일하고 있으며 수사비 또한 너무도 적기에 모두가 승진기회만 엿보아 일선행정에 나서려는 경향이 뚜렷한데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도 수사경찰에 대한 특별한 고려가 요망된다고 하겠다. 경찰은 그 동안 「데모」저지 등을 위하여 경비경찰력을 강화해왔으나 수사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된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라고 하겠다.
내무부는 이번 정원조정의 방향을 전적으로 수사능력의 향상으로 돌려 획기적인 단안을 내려야할 것이다. 어떤 범죄든지 범죄자는 어김없이 검거된다는 전통이 확립되고 입증되어야만 새로운 범죄의 발생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일선경관의 증원과 함께 수사경찰을 증원하고 전문화하는데 당국은 각별히 유의해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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