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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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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어제 분수대는 군대에 가장 중요한 세 가지「S」를 말했다. 여기 하나 더 추가할게 있다. 시간 즉「타이밍」이다.「타이밍」은 현대의 각종 전투에서 더욱 세밀해지고 더욱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 것 같다.
4천년 전에「하니 발」이「로마」로 진격할 때 그는 자기 동생의 원군이 2개월 후에 올 것을 계산에 넣고 있었다. 그러나 끝내 원군은 오지 않았다.「하니 발」패인은 여기 있었다.
17세기 영국 혁명 때 주군이「크롬웰」군에 결정적인 싸움에서 진 것은「크롬웰」을 협공하기로 했던 어느 귀족의 부대가 여섯 시간이나 늦게 도착한 때문이었다.
만일에 이부대가 세시간 정도만 늦었더라도 승패는 바뀌어졌을 것이다.
2차 대전 때「오마하·비치」에서 미군이 이긴 것은 독일군의 방비가 20분 늦은 때문이라고 군사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대전에서는 특히 전술 면에서 1분1초의「타이밍」을 다툰다. 만일에 지상군의 지원 포격이나 폭격이 1분만 빠르거나 늦더라도 지상작전은 결판이 난다.
실 미 도의「특수 범」들이 난동을 일으킨 게 아침 6시. 이들이 새우 잡이 배로 섬을 탈출, 인천 송도에 상륙한 게 낮 1시10분, 7시간10분의 시간이 흘렀다.
이들은 1시쯤 민간인의「버스」를 빼앗아 타고 송도 경비초소 앞을 지나다가 제1차 총격전을 벌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또 근1시간을 지나서 다른 초소 앞을 지났을 때엔 아무 저지도 받지 않았다.
일세에 의하면 인천 도에 한 민간인이 무장괴한이 출현했다는 신고전화를 한 게 1시10분. 경기도경에서 치안 국에 보고한 것은 1시40경 송도 상 륙 후 30분이 흐른 다음이었다.
한편 국방부가 무장괴한들에 대한 첫 보고를 받은 것은 1시30분. 이때에는 이미 그들은 소사 쪽으로 달리고 있던 중이었다.
소사에 공비출현의 보고를 공군참모총장이 받은 것도 2시쯤.
실 미 도 와 의 교신불능을 확인하고 이를 합참의장에게 보고한 것은 3시. 그러니까 섬에서의 감시인살해 등 사건이 발생한지 9시간 뒤의 일이다.
특수 범들이 탄「버스」가 영등포 유한양행 앞 나무에 부딪쳐 자폭한 게 2시40분. 이후에 국방장관이 현지를 돌아보고 갔다. 그리고 대 간첩 본부에서 무장간첩의 짓이라고 밝혔다. 그 사이 9시간여가 흘렀다.
25일자「성조지」를 보면 범인들이 자폭한지 2시간 후에야 한국군과 경찰이「버스」안의 사상자들을 날랐다고 적혀 있다. 육본 앞에 기관총 배치를 한 것도 그후의 일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정체가 간첩이 아니라는 정 장관의 발표는 그 후에도 꼬박 3시간55분을 기다려야만 했다. 모두가「타이밍」이 맞지 않는 것 투 성이다. 단순히「슬로·모션」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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