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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책만으로써 끝날 일이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3일 오후,일서의 수도권 한복판에서 피투성이의 총격전을 벌임으로써 온 국민을 놀라게 했던 이른바 「배괴무장공비침투사건」 온 당국의 상황판단착오로 빚어진 군특수범들 난동사건으로 밝혀져, 다시한번 국민에 심대한 충격을 주었다. 사건이 발생한 후 무려 12시간이 지난 23일 오후6시35분, 정내혁국방장관이 발표한 사건진상을 보면 그것은 인천실미도의 공군관리하에 있는 군지수범의 난동사건이며, 대간첩대책본부가 그것을 무장공비로 상황을 오해한 것은 그들의 행동과 행패가 무장공비와 같았기 때문에, 잘못 판단했었다는 것으로 해명하고 있다. 따라서 반공한국의 대간첩작전을 총지휘하는 위치에 있는 국가기관이 이처럼 상황을 그릇 판단하고, 그 대응책의 강구에 있어서도 신속한 기동성울 잃어 급기야는 많은 희생자를 내게 했을 뿐 아니라, 그것도 처음에는 무장공비의 소행으로 공식발표했다가 군특수범의 소행으로 번복하는 등 갈피를 못잡는 가운데 김포국제공항을 성급하게 폐소함으로써 국가의 위신을 크게 연상시켰음은 두렵고, 통탄할만한 사태라 아니할 수 없다.
그것도 먼 곳에서 상황이 전개된 것이 아니라, 바로 인천앞바다에서 일어났으며 인천에 상륙해서 서울에 오기까지에도 상당한 시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이처럼 상황판단에 있어서 치명적인 「미슨」를 범했다는 것은, 그 귀임의 중대성에 있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만일 이 사건이 좀더 확대했거나, 아니면 정말로 대규모의 외부공격이었다면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을까를 상기할 때 국민은 모골이 송연함을 금치못하는 것이다. 이번과 같은 불상사는 한마디로 평소부터 우리의 군지휘명령계통에 중대한 결함이 있었고, 그밖에도 통신상의 허점·군기해이등이 누적된 결과 빚어진 하나의 돌발적인 사건으로서, 문제의 심각성은 바로 이점에 있다 하여야 할 것이다. 원초적으로 보미도의 관리소에서는 특수범23에 관리인23명으로 1대1의 관리를 하고 있었다고 보겠는데 대다수 관리인들이 포도들에 의해 희생당한것은 애석하기 그지없지만, 관계관리인들이 사전에 그들의 신상과 동향을 파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비 및 관리소홀등으로 이런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 못한 점을 무엇보다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 시간 현재까지도 당국의 발표문 가운데는 아직 국민으로서 완전히 납득할 수 없는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가강 궁금한 것은 특수범 23명의 신원으로서 그들이 이와 같은 난동을 부리기까지에 이른 자세한 동기를 국민에게 해명해 주기위해서도 당국은 보다 상세한 부연실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당국은 이번 난동사건의 범행동기로서 그들이 장기간의 격리수용에 대한 욕구불만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그들이 왜 이처럼 「반란」을 방불케하는 방법으로 관리인을 사살하고, 무고한 민간인을 사살하면서 각종 무기를 난사하고 무엇때문에 서울에 진입하려고 기도했을까하는 동기에 대해서는 그것만으로써는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과 더불어 정국방 및 김공군참모총장은 책임을 지고 이미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들의 군통수상의 책임추궁보다도 앞서야 할 것은 이번사건의 진상을 적나라하게 규명함으로써 다시는 이와 같은 사건을 되풀이 하지 않을 근본대책을 수립하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여·야는 이 문제를 결코 정파간의 논쟁으로 삼지말고 진정한 정치의 문제로 진지하게 다루어주기를 바란다.
특히 군의 입장에서는 비록 이번 사건들이 군특수범들의 난동사건이라하더라도 이번사건에서 드러난 군작전상의 여러 문제점을 분석하여, 일사불난한 군지휘, 보고계통의 확립은 물론, 군본연의 임무에 더욱더 충실할 수 있는 통수계통확립에 노력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또 이번 사건과 더불어 공군관리인·경찰·민간인들이 적지않게 희생됐는데 우리는 그들 유가족을 충심으로 동정하지 않을 수 없고 그들에 대한 원호 및 보상에 응분의 조치가 강구될 것을 바라지 않을 수 없다.
끝으로 이번 사건과 더불어 우리는 우리나라 언론계의 취재 및 보도자세에 대해서 도 심각한 자아비판이 없어서는 안될 것임을 지적해야 할 것 같다. 이번사건에서 보여준 망국의 갈피를 못잡는 대국민공보태도도 문제가 되겠지만, 처음부터 많은 의아점을 가지고 있는 당국발표를 아무런 비판적 태도의 표시도 없이 그대로 보도하고, 심지어 마치 「스포츠」중계와 같은 태도로 「센세이셔널」하게 다룸으로써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한 흠이 없지 않았다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통렬한 규탄의대상이 된다는 것을 자괴하지 않을 수 없다. 사태가 위급할수록 정확한 취재와 냉정한 상황판단으로 명석한 사태판단에의 실마리를 주는것이야 말로 언론의 당연한 의무임을 우리는 다시한번 확인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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