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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소 고마웠소, 이영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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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미국프로축구 밴쿠버 화이트캡스 선수와 팀 관계자들이 28일 홈에서 열린 콜로라도 래피즈와의 경기로 현역 고별전을 치른 이영표를 헹가래 치며 축하해 주고 있다. 이영표가 주장을 맡았던 이 경기는 밴쿠버의 3-0 승리로 끝났다. [밴쿠버 AP=뉴시스]

이영표(36·밴쿠버)가 그라운드를 떠났다. 동료와 소속팀 밴쿠버는 떠나는 이영표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했다.

 이영표는 28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캐나다 밴쿠버의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래피즈와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최종전에서 90분을 뛰었다. 선수로 그라운드에 나서는 마지막 경기였다. 밴쿠버는 이날 경기 입장권에 이영표의 얼굴을 새겨 넣었고 구단 홈페이지에 특별 영상을 게시했다. 이날만 특별히 이영표에게 주장 완장도 채웠다.

 경기 도중엔 가슴 뭉클한 세리머니가 나왔다. 전반 43분 페널티킥 선제골을 터뜨린 공격수 카밀로 산베소는 공을 집어 들고 이영표에게 달려갔다. 그러고는 이영표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공을 바치는 세리머니를 했다. 떠나는 선배에 대한 예우이자 고마움의 표시였다. 전날 밴쿠버 선수들은 ‘페널티킥 기회가 오면 이영표에게 차게 하자’고 합의했는데, 막상 기회가 오자 이영표는 카밀로의 득점왕 등극을 돕기 위해 기회를 양보했다. 카밀로는 이날 해트트릭을 작성해 시즌 22골로 득점왕에 올랐고, 팀은 3-0으로 이겼다.

밴쿠버 홈구장 BC플레이스의 전광판에 한글로 ‘이영표 선수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써 있다. [뉴시스]

 마틴 레니 밴쿠버 감독은 종료 휘슬이 올리기 전인 후반 추가시간 이영표를 불러들였다. 이영표가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에서 떠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경기 후 이영표는 “오늘 은퇴했지만 정말 행복하다. 내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은퇴 장면이다. 훌륭한 팀과 좋은 동료 곁에서 은퇴하게 돼 기쁘다. 밴쿠버에서 머문 지난 2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표는 당분간 밴쿠버에 남아 스포츠 마케팅 공부를 할 예정이다.

 안양공고-건국대를 졸업한 이영표는 2000년 안양 LG(현 FC 서울)에 프로 입단한 이후 5개국(네덜란드 에인트호번·잉글랜드 토트넘·독일 도르트문트·사우디아라비아 힐랄·캐나다 밴쿠버)에서 뛰었다.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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