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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청석서 본 신민당 대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신민당 임시전당대회가 열린 시민회관에 들어선 것은 20일 상오9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아침8시에 대회가 열린다는 보도를 알고있던 나는 『너무 늦었구나』 싶었지만 대회장에 들어가서 곧 이 같은 나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는지를 깨달았다.

<막후 절충으로 의장 선출>
당수 출마자들을 선전하는 피키트를 헤치고 시민회관에 들어갔을 때 많은 대의원들이 로비에서 붐비긴 했지만, 삼삼오오로 구석에서 수군대는 모습만 눈에 띄고 당가로 짐작되는 합창곡이 요란할 뿐 대회는 시작될 기미조차 없었다.
10시 반이 넘어 겨우 시작된 대회가 회의 순서에 따라 착착 진행되는가 싶더니 전당대회 의장의 선출을 앞두고 곧 정회됐다. 전당대회의 초점은 당수의 선출이지만 그에 앞선 대회의장선출에 각파간의 협상이 부진했던 모양이다. 수위도 청소부도 내 사람이어야 하는 한국적 정치풍토에서 하물며 전당대회의장이 그리 쉽게 결정될 수 있으랴 싶었다. 그러나 다행히 「막후협상」이 성공, 대회의장은 만장일치로 선출되고 대회는 정오를 전후하여 속개되었다.
투표에 의한 실력대결 보다 시간이 절약되었으니 이경우의 막후협상은 쓸모 있었다고 생각되지만, 일반적으로 막후협상이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정치인들이 즐겨 사용해서는 안될 줄 믿는다. 그것은 몇몇 보스에 의해서 다수의 의사가 조작되는 결점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당일 선출 못해 아쉬움도>
당수선출을 위한 두 차례에 걸친 투표가 그 결말을 보지 못하고 대회를 하루 연기하게 된 것은 유감이었다고 생각한다. 하기야 신민당에서도 이렇게될 줄 미리 예상해서인지 시민회관을 이틀간 빌렸고, 국회의 개원도 어차피 미루어 놓았으니 연기 될 수도 있다.
대다수의 대의원들에게는 대회의 연기가 바람직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뭐 불법으로 연기한 것도 아니고 당헌에 따라 투표를 하다보니 부득이 그렇게 되었으니 명분도 선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당 체제를 정비하여 대여투쟁의 자세를 갖추는 참다운 야당으로서
「국민의 여망에 보답하는」길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정치란 군사작전처럼 신속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 때문에 국회의 개원이 지연되고있는지 생각한다면 촌각을 다툴 일이리라.
어쨌든 21일 대회에서 별사고 없이 새 당수가 선출된 것은 신민당의 입장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어제의 감정과 이해의 대립을 잊고 새 당수의 영도아래 일사불란 뭉쳐야 한다.

<전 당원 의사반영 의문>
신민당이 민주적 정당임이 이번 당수선출과정에서 다시 한번 과시되었지만 계속 대여투쟁이나 당 운영에 있어 민주적 역량을 발휘할 것을 온 국민이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대회장에서 세 당수후보의 태도는 각각 일장일단은 있었으나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현대사회는 가만히 앉아서 『나를 추대해 주시오』하는 식으로는 통하지 아니한다. 이런 점에서 세 후보는 모두 다이내믹하게 움직였고 서구적 정치인의 「스마일」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마지막으로 전당대회에 대한 평소의 의문점을 지적해 보면, 첫째로 대의원의 선출문제다. 나는 9백 명이 넘는 대의원가운데는 당연직 대의원도 있을 것이고 지구당에서 뽑힌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과연 그들이 하부당원의 의사에 의하여 선출되는 것인지, 아니면 지구당의 보스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둘째로 당수고 대통령후보고 대의원에 의하여 간선되는데 이 경우에도 전 당원의 의사가 고루 반영되는지 그려해 볼 문제일 것 같다.
또 이렇게 하여 선출한 당수나 후보가 과연 당의 리더로서 가장 훌륭한 적격자일까 하는 데도 의문이다.

<민주적 정당임을 과시>
이러한 문제들은 물론 신민당만의 문제는 아니고 오늘날 민주주의사회의 제정 당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문제들이다. 4년에 한번씩 열리는 미국정당들의 전국대회도 민주적이 아니며 담배연기가 자옥한 방에서 「보스」들에 의해서 조종된다는 비난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대회가 정치적 전통으로서 확립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제구실을 하기 때문이라 한다. 훌륭한 대통령도 많이 나왔고 정권이 평화롭게 교체되면서 민주주의도 발전되어왔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나라 정당의 전당대회도 제구실을 하게되도록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최명<정박·서울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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