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현안에도 당당한 소신 … 인터뷰 내내 막힘 없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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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중앙SUNDAY 객원 칼럼니스트) 전 강원도지사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인터뷰한 것은 지난 10일이었다. 25일 장관 내정 사실이 발표되기 보름 전이다. 이 전 지사는 중앙SUNDAY가 창간 6주년 기획으로 연재 중인 ‘이광재가 원로에게 묻다’를 준비하던 중 최근 논란이 된 국민연금 문제를 짚어보기 위해 전문가를 섭외 중이었다.

 이 전 지사는 “수명 100세 시대를 맞아 노후가 불안해진 현실에서 국민연금의 안정적 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 각계 전문가를 두루 접촉했는데, 이들이 한결같이 지목한 인물이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마침 1988년 1월 국민연금제도가 처음 도입될 당시 실무를 주도했던 곳도 KDI였다.

 이 전 지사가 취지를 설명하고 인터뷰를 요청하자 문 후보자도 흔쾌히 응했다. 이 전 지사는 “KDI로 찾아갔는데 인터뷰 장소로 예정돼 있던 회의실에서 다른 미팅이 잡혀 있자 무척 미안해하며 ‘좀 불편하겠지만 구내식당도 괜찮겠느냐’고 양해를 구하더라”고 전했다. 그러곤 식당에서도 직원을 시키지 않고 문 후보자 본인이 직접 원두커피를 갖다줬다고 한다. 첫인상이 매우 소탈했다는 얘기다.

 이 전 지사는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두 시간 넘게 계속된 문답에서 외국 사례나 구체적인 통계 수치를 제시하는데 전혀 막힘이 없었다. 이 분야 전문가들이 왜 문 후보자를 한목소리로 추천했는지 알 것 같았다.”

 문 후보자는 특히 선진국의 3대 조건을 강조했다고 한다. 성공한 사람이 존경받고, 기회가 보장되며, 사회적 약자를 국가가 분명하게 책임지는 사회가 그것이었다. 이 전 지사는 “여느 진영 논리와는 달리 전문성과 함께 나름 균형이 잡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형평성 같은 민감한 현안을 얘기할 때도 “학자로서 짚을 건 분명하게 짚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우리 사회가 포퓰리즘을 극복해야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를 극복하지 못하면 후세대에 책임만 전가하게 된다. 나라를 그렇게 끌고 가서는 안 된다. 전 국민 1인 1연금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는 요지였다.

 이 전 지사는 “학자나 연구원들은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자기 소신을 당당히 밝히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고 인터뷰 소감을 밝혔다. 이 전 지사는 또 “인터뷰 당시 문 후보자가 장관 후보 내정에 대해 어떤 언질을 받은 듯한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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